여성의 권리와 저출생 그리고 기술에 관한 이야기
전업주부 수난사
일을 그만둘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아니 왜? 공부한 것이 아깝게 왜 그만둬?'라는 말이었다. 그다음으로 들은 말은 '출산 준비하는 거야?'였다. 전업 주부를 선택하면 무조건 출산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멈추기도 전에 '살림은 좀 할 줄 아니?'라는 질문이 잇따른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도 하고 싶고 살림에도 취미를 붙여보고 싶은데 직장에 다니는 것을 고수하는 친구들이 있다. 왜 그러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살림은 아무리 생각해도 소질이 없는 것 같고 출산도 부담되고 힘들어서 선택하고 싶지 않은데 전업 주부를 하면 출산도 해야 하고 살림을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살림은 처음인데 왜 다 잘해야 해? 피아노를 배우기로 결심했으면 조성진처럼 연주해야 하는 거야?
시간당 임금은 0원인데 다들 왜 이렇게 전업 주부한테 바라는 것이 많아?
출산에 대한 암묵적 강요
첫째를 임신하기 전에는 출산 계획을 묻는 사람들한테 시달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애를 안 낳으려고 한다'라는 문장에서 지칭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중 한 사람이었던 나는 당혹스러웠다. 애를 낳고 안 낳고는 자유 의지 아니었던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성별에 대한 고지를 하지 않는 병원을 선택했다. 의사도 나도 초음파 사진을 보고 성별을 구분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모두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 배 모양을 보니 딸 같은데 그럼 둘째는 연년생으로 가질 예정이야?
- 태몽은 뭐였어? 복숭아가 나오면 딸이라던데 꿈에 과일 나왔었어?
- 남편이 장남인데 딸 낳으면 어떡해?
- 첫째를 아들로 낳아야 네가 마음고생이 덜할 텐데. 그리고 동서보다는 먼저 낳아야지.
- 둘째도 딸이면 셋째는 어떻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