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0/22
능수버들 이파리가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간다. 차르르 차르르 서로 부비면서 내는 소리가 사찰전각에 매달린 풍경소리 같다. 나는 눈을 멍하게 뜨고 아까부터 들리는 아련한 오카리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따금 들었던 노래, 이선희의 ‘인연’이다. 정자처럼 생긴 쉼터엔 햇살이 살짝 비껴 은은한 빛이 적당하다. 기둥에 몸을 기대고 앉아 오카리나 연주를 듣고 있자니 내게 인연이 된 ‘인연’을 생각한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 길을 가리란 걸 /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인연이란 노래는 지난 봄, 튀르키예 여행 마지막 날 하루를 남겨두고 일행들과 버스 안에서 들었다. 연인과 부부, 자매, 친구와 둘씩 모두 7팀 14명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진녹색의 풍경을 숨 가쁘게 바라볼 때였다. 울창한 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곳, 나무와 나무 사이가 빽빽한 곳에는 아예 검초록이었다가 빛을 받는 나무들이 순간순간 허공에서 눈부셨다. 노래 1절이 끝나고 전주곡이 나오는 중에 가이드가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