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켈란젤로’라 불린 민족화가 - 이쾌대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3/19
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72x60cm)
   
‘코리안 랩소디’, 민족의 서사를 화폭에 담다 - 이쾌대(李快大, 1913~1965)
   
남들이 그렇게 좋다는 그림도 그저 맹탕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 화가의 명성이나 그림 가격도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까지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고양시키고 마음을 부풀게 하는 그림이 있다. 헛한 정신의 기갈을 깊이 채워주는 열정과 닫혔던 감각의 지평을 활짝 열게 해주는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는 그런 그림말이다. 
   
금기의 이름 ‘이쾌대’
   
하늘빛 두루마기를 입은 사내가 두 눈을 우뚝하게 뜨고 정면을 노려본다. 단단한 팔뚝이 드러난 오른손엔 동양화 붓을 쥐고, 왼손엔 유채(油彩)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팔레트를 들었다. 붓과 팔레트 대신 횃불이나 깃발을 들었어도 어울릴 법한 모습이다. 앞섶이 과감하게 벌린 두루마기 자락과 회색 중절모가 동서양의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다부진 인물의 부리부리한 얼굴 표정 뒤로 아득하게 펼쳐진 이국적인 전원 풍경과 아랫녘 길을 머릿짐 지고 걸어가는 흰 옷 입은 조선 여인들의 대비는 경쾌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누구든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만큼 강렬한 이 그림은 해방과 전쟁의 파도가 휘몰아치던 시절 역사의 현장 한복판에 위치한 한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린 작품이다.
 
이쾌대의 젊은 시절 모습. 출처-이쾌대 유족 소장본
 
자화상의 주인공은 이쾌대(李快大, 1913~1965). 호방하고 화통한 그림 속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름은 불과 삼십오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금기어’였다. 그 이름 앞에 따라붙는 ‘월북 화가’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지난 1988년 우여곡절 끝에 해금됐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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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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