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9/20
60대 여성 얼룩커의 일상
아침7시에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씻어놓은 쌀을 압력밥솥에 안치고 또 어제 남은 소고기미역국을 뎁힌다. 지난번 비가 내리기 직전에 열무와 얼갈이 한 단씩 담아놓은 김치를 꺼낸다. 김치뚜껑 열 때마다 든든하다. 효자가 따로 없다. 마트엔 과일과 채소 값이 하루가 다르게 널을 뛴다. 


남편과 아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두 사람이 현관을 나가면 이제 내가 밥 먹을 차례다.  뒷설거지까지 마치면  꼬박 두 시간을 주방, 냉장고, 식탁 주변을 맴돌았다. 이게 끝인가? 세탁기를 돌려놓고 청소를 한다.  대강 정리가 되면 침대로 가서 잠시 벌러덩 눕는다. 날씨가 꾸물거리면  몸이 먼저 쉬라고 싸인을 보낸다.


눈은 감았지만 곧 일어나야 한다. 준비해야할 게 또 있다. 장날에 맞춰 건고추를 사서 꼭지 따고 날 좋은 날을 살펴 방앗간에 가야 한다. 지난번 빌려 온 책은 반도 못 읽었는데 내일은 반납일이라고 문자가 왔다. 눈도 침침하다. 보름동안 읽을 책 5권, 괜한 욕심을 부렸나. 두 권도 채 못읽었다. 점심은  혼자 먹자고 밥 차리기 귀찮아 대강 먹는다. 그 대강이란 게 두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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