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3/10
어릴 땐 달리기를 잘했다. 운동회를 하면 항상 좋은 등수로 골인해 팔목에 도장을 받고 끝날 때 공책을 타곤했다. 체력이 딸려 오래는 못 달려도 단거린 자신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해마다 체육대회 땐 반 대표로 200미터 달리기 선수로 출전을 했다. 1등은 못하고 항상 2등만해서 속이 상했지만 8명 중 2등도 나쁘진 않은 성적아닌가.
오래 매달리기는 단연 우리 반 최고 기록을 보유했고 30초 동안 하는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도 만점을 받았다.

여기까지 들어 보면 운동신경이 꽤나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운동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몸만 있으면 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게 작은 공이라도 한 개 건네주거나 라켓이라도 하나 쥐어주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린다. 
체력장 시험에서 달리기.팔굽혀펴기 등 4종목 다 5점 만점을 받아도 단 한 종목 공던지기는 빵점을 받았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배구공을 손을 맞대고 쳐 올리는 토슨가 뭔가 그거 10개 해야 되는 체육시험에 단 한 개도 제대로 받질 못하는 건 또 무슨 조화였을까.
친구들도 이상하다는 듯. 달리기 잘 하면 다른 운동도 잘 할텐데... 하며 의아해 했다.

온 식구들이 함께 탁구를 치러 다니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거의 선수급 탁구 실력을 갖고 계셨기에 식구들과 함께 치는 걸 좋아하셨다. 남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동신경이 좋은 엄마도 곧잘 치셨다. 문제는 이 딸년. 공은 내 배트만 피해 다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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