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느날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10/25
너무 일찍 잠이 깼다. 아니 사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은 놓쳐버렸는지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이토록 나를 갉아먹는 일이다. 편안히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청춘. 우리집 청년은 아직도 외출 중이다. 언제 오냐고 보챌 수는 없으니 자다깨다만 반복한다.

내가 청년이었던 시절에 엄마는 늘 자다 만 얼굴로 아버지 몰래 대문을 열어주곤 했다. 가부장적이고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통금 시간 9시는 20대 청춘에겐 가혹했다. 그것을 요리조리 숨겨 준 건 엄마였다. 노는 것도 한때라며, 기운 있을 때 놀아야 한다며, 만날 친구들이 있을 때 만나야 한다며. 아버지 잠들고 몰래 월담하는 나를 도왔다. 새벽에 들어오는 나에게 슬쩍 문을 열어주고 내가 숨죽이며 드나드는 것을 엄마도 안방에서 숨죽이며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148
팔로워 160
팔로잉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