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인간관계를 맺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하나 둘 지인들을 떠나보내고, 장례식을 참여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빈소의 풍경은 대부분 비슷하다. 앞쪽에 고인의 영정사진이 있고, 상주가 서 있으며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고 서로 인사한다. 난 크리스챤이라 절은 하지 않고, 향을 피우고 뒤에 서서 묵념을 한 뒤, 상주와 맞절을 한다. 그리고 나서 좀 애매한 순간은 뭔가 위로의 말을 하고 싶은데, 내 말이 큰 위로가 안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로는 애써 위로의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가벼운 목례를 하거나,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혹은 안아주는 행동을 취한다.
나는 장례식장을 가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애써 노력한다기 보다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꽤 친한 지인이나 친척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감정이 메마른 삭막한 인간일까? 평소에 나의 인간관계는 겉핥기식의 표면적인 형태였을까. 말로만 인간관계에 진심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관계에 있어서 어느정도 적당한 거리만 유지했던 것일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인간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않게 하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