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조장’이라는 공허한 비판, 역할을 못 찾는 공교육

JJW
JJW · 얼룩소를 떠났습니다
2022/02/27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살아있는 공교육’, ‘공교육의 희망’, ‘명품 공교육’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학교다. 학생 90% 정도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지방 사립고등학교. 설명만 들어봐도 사교육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이런 학교에서 매년 좋은 입시성적을 냈으니 ‘공교육의 희망’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우리들은 말했다. “뭐랰ㅋㅋㅋ 우리도 사교육 하는데 ㅋㅋㅋ”

그렇다. 지방의 기숙사 학교라고 인터넷이 통하지 않겠는가. 노트북이 없겠는가. 인터넷 강의를 모르겠는가. 우리에게도 사교육은 있었다. 

당시는 무선인터넷(와이파이)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이었다. 그런 까닭에 교내에 노트북과 PMP(Portable Media Player, 2000년대 후반 유행한 영상재생용 기기) 등 인터넷강의를 수강할 기계를 반입할지를 놓고 학생과 교사 간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규정을 두고 노트북 반입을 허용했다. 그리고, 유명 학원강사들의 수업이 교실로 침투했다. 뻣뻣한 교과서 대신 강사들이 만든 기본서에는 손때가 잔뜩 묻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한 이유는 그 당시에 있었던 ‘공교육-사교육’ 대립구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당시에는 금과옥조와도 같았던 ‘공교육 우선’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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