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자녀들에게
올해로 8살, 5살이 되는 사랑하는 내 딸과 아들에게.
아빠의 인생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몇 가지 없는데,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너네 엄마와 결혼한 것, 그리고 너희들을 만난 것이란다. 쉴새 없이 바쁜 삶 속에서 너희가 우리 가정에 찾아오게 되면서, 아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 모든 삶의 패턴과 우선순위가 너희들로 재정비되었어. 음식, 잠자리, 이동하는 동선, 모든 라이프스타일까지.
이런 말은 뼈아플지 모르겠지만, 너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는 어린 아이들이 많은 사랑과 환영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기 위해 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어야하는데, 그러한 삶의 근간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거든.
그러다보니 2020년에는 처음으로 출산자의 숫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큰 한해가 되었지.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환영받아야 함이 마땅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삶의 체제속에서 현실이 힘들다는 이유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갈수록 인기가 없는 요즘이란다.
너희가 자라갈 이 세상은 갈수록 이런 현상들이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이기주의가 강해지고, 나의 만족과 유익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삶이 일상적이게 될꺼야. 가장 존중되어야 마땅한 생명의 가치보다 물질과 명예, 온갖 탐욕들이 더 중요시되는 풍조가 더 강해질 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는 다른 부모들처럼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많이 없지만, 마음만은 너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