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마취제 그리고 노란색 마티즈

임재혁
임재혁 · 밥값은 하려고 합니다.
2021/11/17
1. 
"웃기지말라고 그래. 대학 하나 잘 갔다고 인생 필 정도로 만만한 대한민국이 아니야."
5년 전, 수험생이었던 제게 선생님이 해준 말입니다. 

글쎄요. 그땐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 대체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해."
대충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대학 안 가면 죽는 줄 알았던 때였으니까요.

실제로 수험생들은 종종 다 알면서도 착각을 합니다. 이 공부가 너무 힘드니까, 그 고난을 버티기 위해서 일종의 '마취제'를 맞는 겁니다. 
"대학만 가면 다 잘 풀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말도 안되는 걸 잘 알면서도, 말로 만든 마취제를 맞고 자리에 다시 앉습니다.

사실 대학만 가면 뭐시기 하는 거 전부 다 뻥입니다. 
대학만 가면 다 좋아진다고 말하는 어른, 그거 듣는 수험생. 어차피 서로 다 뻥인걸 압니다.
근데 그거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그거라도 듣지 못하면, 서로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겁니다.

 10대의 마지막을. 혹은 20대의 눈부신 시작을 어두컴컴한 독서실에서 눈비비며 보내야하는 이유를요.

2.
수험생인 저는 주차된 차가 시동이 켜져 있으면 그 앞을 못 지나다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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