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햄버거를 먹지 못한 속사정 – 실버 테크노컬처의 한 풍경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04
한 노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출처-이로운넷

수수께끼 햄버거와 키오스크 소동 
   
‘지파이’와 ‘프렌치프라이’가 먹고 싶다던 어린 손주를 데리고 들어간 ‘롯데리아’에서 장인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매장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주문하는 기계’ 외에 따로 ‘주문받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 선 학생이 ‘키오스크(Kiosk)’ 터치스크린 아이콘을 척척 눌러가며 햄버거 세트를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도대체 ‘지파이’는 ‘에피타이저’에 속하는지, ‘버거’에 속하는지, ‘디저트’인지 알 수 없었다.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누른 ‘버거’ 메뉴에 ‘지파이’는 보이지 않았다. ‘불고기버거’는 뭔지 알겠는데, ‘모짜렐라인더버거’와 ‘핫크리스피 하바네로버거’ 등등 이것들이 무엇인지 다 알기 어려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디저트류’를 누르고 ‘지파이’를 겨우 찾아냈다. 어렵사리 ‘프렌치프라이’도 찾았고, 음료 메뉴에서 ‘콜라’도 무사히 골랐다. 
   
이제 결제 단계로 넘어간다. 또 다시 앞이 캄캄해진다. 딸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내준 ‘기프티콘’이 ‘제품교환권’인지 ‘모바일교환권’인지 ‘스마트쿠폰’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하면 10%를 할인 받는다는데, 그것까지 챙길 정신은 진즉에 사라졌다. 
   
눈을 질끈 감고 ‘모바일/바코드 결제’를 눌렀더니, ‘모바일 결제’와 ‘바코드 스캔’ 중 하나를 고르란다. 모바일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를 해야 하는데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난감했다. 이 와중에 무언가를 잘못 눌렀는지 전체 주문이 취소되고 다시 제일 첫 화면으로 돌아간다.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뒤에 선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으나, 장인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단 생각에 결국 주문을 포기했다. 낯선 기계 장치 앞에서 허둥대고, 잘못하면 안 된다는...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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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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