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9/07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포스터는 다 내가 써야했다. 왜? 단지 미대에 다닌다는 이유로.  미대에서 글씨 쓰는 거 가르쳐 주나?  아니다. 그래도 써야했다. 꾸역꾸역.  나는 글씨는 못써요. 그림만 그리지...  그런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 상하니까.

졸업 후 시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희한하게도 그 학교 체육선생님이 붓글씨를 기가 막히게 잘 쓰셨다. 한글 붓글씨인 궁체를.  그 학교 안팎의 글씨는 다 체육선생님이 도맡아 써서 복도에 붙이곤 하셨다. 내가 봐도 정말 너무 잘 쓴 아름다운 글씨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런 글씨를 왜 내가 써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건 미술선생이 써야지. 이제부터 미술 선생님이 맡아서 쓰시오.  하고 선언 하는게 아닌가.
미술선생이래봤자 이런 글씨를 쓸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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