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떠올려보는 두발규제와 학생인권조례

김민준
김민준 · 글 쓰고 읽고 생각하는 20대
2022/05/14
'인권'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0년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전국적으로 처음 제정됐다.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학생인권조례를 학생들을 모아놓고 학생주임이 이야기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게 뭔지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우리는 모두 인권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처럼 반응했다. 무언가 어색한 세 개의 단어의 조합 같아 보였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학생. 인권. 조례. 나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학생인권'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전까지는 학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학생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선생님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 소리를 듣고 싶었던 나조차도 엎드려뻗쳐를 한 적이 있었다. 이유인즉슨 옆머리, 소위 말하는 '구레나룻'가 안경 밑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이란다. 정말 그 이유뿐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십 수 명의 학생들이 복도에서 엎드려 뻗친 그 광경을.

지금도 가끔 논란이 되는 '교복 위 외투'는 당시에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교복을 안 입을 수는 없으니 추워서 위에 외투를 입겠다는데도 학교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겨울만 되면 학생들의 볼멘소리로 가득 찼다. 학생선도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유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따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조차도 '외투 금지'는 분노했던 것을 생각난다.

물론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두발규제와 기타 체벌들을 제한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받고는 있지만, 학생 당사자였던 우리들은 '학생다움'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후 고등학교 3년 동안에도 암묵적인 통제와 명시적인 제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두발규제를 예로 들면, 학생인권조례 제11조 2항에서는 학생들의 두발의 길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그 다음 3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음을 명시해두었다. 많은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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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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