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황한 한국사 - 환향녀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11/18
MBC 금토 드라마 <연인>이 화제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해서 청나라에 잡혀갔다 돌아온 유길채의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연인의 한 장면(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귀국한 여인들에게(남자는 상관없이 여자에게만) 환향녀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리고 흔히 이 말에서 화냥년이라는 말, 즉 성을 파는 여자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설명들 한다. 정말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참 큰일이다.

우선 사실 관계부터 살펴보자. 조선왕조실록을 뒤져보면 그 어디에도 환향녀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환향이라는 말은 금의환향에나 쓰일 뿐이다.

성을 파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은 '화냥'이었다. 1690년(숙종16년)에 사역원에서 낸 <역어유해>에 보면 "양한적(養漢的)"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화랑(花娘)이라고 써놓았다. 신라의 화랑(花郞)과는 '랑'자가 다르다. 저 娘은 여자를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 젊은 여자를 부를 때 꾸냥(姑娘)이라고 했는데 바로 저 글자를 쓴다. 그러니까 花娘이라는 말은 우리 발음으로는 화랑이라고 쓰지만 읽을 때는 화냥이라고 읽었던 것이다.

1778년(정조2년)<방언유석>에 보면 "양한적(養漢的)"을 우리말로 "화냥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럼 양한적이라는 게 뭔가? 사창, 즉 공창이 아니고 사사로이 운영하는 성매매하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창가라고 말하면 쉬우려나. 오늘날 중국에서 꾸냥이라는 말도 성매매를 하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가씨라는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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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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