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나에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8/23
나는 오랜 시간 명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붓다처럼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내는 일. 그게 명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상태가 가능할까. 인간의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내고 무無의 상태를 지속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아주 찰나의 시간도 비우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속 떠올리고 생각하고 곱씹는 게 인간이 아닌가. 의문이 깊어갔다.

그러다 명상 일을 하는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명상에 대한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명상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은 내게 명상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은 완전히 뇌를 비우는 게 아니라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한 게 명상이라는 것. 명상에 무지했던 내게 그분의 이야기는 퍽 놀라웠다.

이런 자세여야 명상이 가능한 줄로만 알았는데!! ©unsplash

그날 이후로 몰입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부유했다. 몰입이란 무엇인가. 나는 언제 어디서 무엇에 가장 몰입하나. 단연 떠오른 건 글이었다. 글을 쓸 때 나는 몰입한다. 글은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평소에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몇 자의 글을 써보라 하면, 갑자기 머리를 숙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초만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두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 글은 집중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막 잠이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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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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