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사는 즐거움.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2/21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오늘 벌어질 일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같은 순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꿈을 꾼 뒤로 갑자기 일상의 변수들을 당황하지 않은 척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산처럼 덩치 큰 친구는 간암 판정을 받은 뒤 전화를 가족들에게도 알릴 수 없겠다며 제일 먼저 제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월말이었고 연말이었으며 미결된 일들로 머릿속의 일거리들이 산처럼 쌓여서 매몰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쉴 수가 없다며.
병원부터 가보라는 말을 건네며 헤어진 기억이 목 안의 가시처럼 거슬렸지만, 시간의 밥 한 덩이를 자꾸 삼키자 이내 일상으로 떠밀려 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하자 떨리는 숨소리가 먼저 들려왔습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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