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ㅅ ㅟ ㅁ
2023/03/12
봄방학이다.
정확히 말하면 며칠 안되는 봄방학이 반이 지나고 있다. 방학이라도 또 방학이라서 하고 싶은일, 해야 할 일을 많지만 친구가 선물 해준 책을 집어 들고, 오랜만에 욕조에 몸을 담가본다.
남은 학기동안 괴롭지 않기 위해, 그동안 하나씩 밀렸던 논문들 읽기와 서류 작성을 해야 하지만, 아직 봄방학은 반이나 남았으니까. 지금은 이렇게 쓰고 있어도, 아마 할 일들은 달콤한 미루기에 밀려 밀린방학일기처럼 마지막 날이나 되어야 내 손에 잡히겠지만.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행위였고 여전히 그러한데, 왜 책을 읽으려면 방학이나 되어서야 시간을 따로 떼서 읽어야 한다고 느낄까. 방학이 아닌 기간에도, 읽고싶은 책들은 장바구니에 담겨있고, 시간나면 나중에 한 번 다시 읽어야지 했던 여기까지 이고지고 온 책들도 눈앞 TV 아래에 고이 놓여있지만, 방학이 아닌때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생각없이 감각과 생각을 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가 일상에서 생각을 떼어놔주는 존재가 되었다.
왜 이 아마도 한시간 남짓할 목욕과 독서가 영문도 모를 큰 결심처럼 느껴지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면서 물을 받았다. 몸이 불어터질때까지 네다섯 시간동안 목욕할 것도 아니면서. 한시간- 한시간 반은 사실 아이가 자는 시간이나, 수업이나 미팅이 없는날 손쉽게 낼 수 있는 시간인데.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놀고 있는 저녁에도 언제든 가능하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그 정도 짬이 나면, 누워서 드라마 한편을 보거나, 빨래를 돌려놓고 ‘나는 집안일 중이야’ 라고 ...
엄마와 아이의 마음 모두 알아주는 교육자
변화하는 미래를 위해 스스로 발전하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 pursue하는 것을 도와주는
조력자,인도자, 교육자 를 향해
[합평]
민다님 글이 참 좋습니다. 생각의 흐름과 상황묘사의 디테일이 마치 제가 그 생각을 했던 것 만큼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아버지들 이야기를 꺼내시며, 생각을 떼어놔준다는 말에 참 공감이 갔습니다. 최근일이지만 잠에 들려고 하면 머리 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자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30분~1시간 분량의 정보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그 사람들의 말들에 생각을 떼어놔 주면 비로소 잠에 들 수 있겠더라구요..ㅎ 저는 쉼을 나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민다님 글을 읽으니 쉼이란 떼어놔주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ㅅㅟㅁ 이라는 제목이 읽으신 ㄱㅡㄹ 이라는 책의 제목과 묘하게 매칭이 됩니다. 예전 에세이 테마가 글이었을 때 홈은님이 적으신 제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묘하게 여러 멤버들의 글이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기분이 드네요..ㅎ
마지막 욕조의 마개를 뽑자 빨려나가는 물과 함께 저도 아쉬워지는, 그 아쉬움에 그을 읽으며 마치 저도 쉼을 경험한 것 같은 경험을 했네요.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봄방학 기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쌓여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탕욕과 독서를 선택한 개인의 의지를 보여준다. 독서는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따로 내서 해야 할 만큼 해야 하는 일에 치여하는 삶, 쉬고 싶을 땐 멀티미디어에 집중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탕욕을 하며 독서를 위해 할애한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평소에도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간인데 그러지 못했던 삶에 의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독서를 할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가전기기들이 집안일을 대신하는 동안에도 계속 집안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쉼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한다. 플래너의 일상이 모두 일을 기준으로 짜이는 삶 속에서 휴식을 위해 타임테이블을 짜는 것은 사치처럼 여겨지는 부지런한 한국 사람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튜브를 보며 일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만 온전한 쉼이라 여기지 못하고 계속 멀티미디어를 보며 남은 일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바쁜 삶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나의 일과 쉼을 되돌아봤다. 열정적인 순간 뒤에 있었던 평온하고 즐거웠던 쉼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돈이 있어서 가능했던 쉼과 쉼이 이끌어낸 성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었다. 삼성재단의 돈으로 만든 잡지를 보고 휴식을 취한 민다는 이후에 치열한 일터로 돌아갔을까? 궁금증을 남기는 글이다.
[합평]
시작하는 첫 글에서부터 독자를 같이 쉬게 하는 ‘봄방학’. 그리고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집어 들고 욕조로 들어가는 도입부와 욕조 밖으로 나오는 결말이 글의 견고한 짜임새를 보여줍니다. 글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분위기는 무척 낭만적이네요.
‘불편하지만 달콤한 미루기’가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얼에모 글쓰기로 저도 매번 다음엔 날짜에 임박해서 쓰지 말고 마감일 전에 앞당겨 하고 좀 홀가분해져보자 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쉽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결심에 결심을 해도 행위가 뒤따르지 않는 결심일 뿐, 그러다 겨우 발등에 불이 붙어 화들짝 놀라야 자판 앞에서 눈에 쌍심지가 켜진다는 거. 근데 또 그 쌍심지나마 켜지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
‘빨래를 돌려놓고 나는 집안일 하는 중’이라고 핑계를 대는 건 거의 많은 사람들, 특히 주부라면 백퍼 공감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놀고(쉬고)있는 자책감이 덜할 수 있으니 말이죠.민다님의 ‘ㅅㅟㅁ’에서 ‘백색소음’은 오래전 그 시간에 똑같이 재현되며 아련하게 떠오르는 장면으로 우리부모님들의 쉼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욕조의 물을 빼면서 쉼이 끝나는 것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깔끔 명료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쉼을 굳이 쪼개서 ㅅㅟㅁ으로 쓰셔서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든 쪼개서 쉬셨다는 얘기를 하시려는 걸까, 깨어져버린 쉼을 표현하시려는 걸까.
독서가 일종의 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역시도 가끔씩 답답할 때 서점을 찾곤 하는데,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그냥 우두커니 돌아다니면서 힐링하기도 하거든요. 힐링 포인트는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소개하셨던 책에서 디자이너의 관점을 제시하셨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목의 비밀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쉼을 글자로 생각해서 아예 다르게 보는 관점을 소개하려고 하셨던 것이죠?
욕조의 물과 쉼을 동일시한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쉼이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간 자신에게 힘내라는 격려 보내드립니다.
[합평]
민다님의 쉼은 짧고도 달콤하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학 때의 공부와 할 일은 역시 미루는게 제맛이죠.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막에 후딱 해치우는게 진리죠. 그런대 책읽기 마저 그러하시다는 건 좀 의외입니다. 민다님께 독서란 쉼 그 자체일 것 같은데 말이죠.
저도티비를 켜놓고 잠드는 버릇이 있어 막상 끄면 잠이 달아난다지요. 예전엔 이해 못하던 행동을 어느덧 하고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도 빌 게이츠에 공감하는 것도 모두 시간이 가져다 주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사진에 등장한 책을 보니 짧은 휴식에 탁월한 책이라기 보단 무료한 시간을 책에 집중하게 해 주는 디자인인 것 같네요. 한 자도 허투로 술술 읽어 넘기지 못하게 하는...
완전하게 혼자인 시간과 공간에서 몸마저 물 속에 가둔 채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글입니다.
저렇게 읽으면 온전히 몰두할 수 있으려나 궁금해지고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짧지만 완벽한 민다님의 쉼을 부러워하며 응원합니다.
멋진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설거지는 대부분 식기세척기가 해주는 것인데, 정리와 개는 건 내가 할거니까 나는 쉬고 있지 않다고 핑계를 댄다>
이 구절은 제가 쓴 줄 착각을 했습니다. ^^;;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쌓아 넣고 건조된 식기를 정리하고, 세탁된 빨래를 개어 옷장 안에 정리하는 나름의 수고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빨래와 설거지 나아가 청소까지 쉬지 않고 집안일을 했다고 저 스스로 합리화(?)를 합니다. 중간에 유튜브를 보느라 건조기 넣는 것을 깜박하고 헹굼, 탈수를 다시 누른 경험도 많아 매우 공감을 했습니다. ^^
부모님께 자장가와 같았던 티브이의 백색소음, 빌 게이츠의 오두막, 민다님의 반신욕과 독서 모두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각자의 골칫거리를 외면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쉼’이라는 것에서 통일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추구하는 ‘쉼’이 모두 다르겠지만 대부분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쉼이라 여기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 속 책의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그 와중에 발 매트와 책이 참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욕조의 마개를 뽑자 drain으로 물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내 쉼도 끝난다>
마지막 문장에서 덩달아 쉬는 시간이 끝난 것처럼 아쉬움이 남습니다. 민다님께 자주 쉼의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민다
[합평]
책, 유튜브, TV, 빌게이츠 아저씨까지 쉼을 생각하게 하는 많은 단어들의 등장과 다양한 시선의 이동으로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쉼에 대한 생각들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영상매체에 더 익숙한 모습에서, 책을 읽는 것을 가볍게 쉬는 것이 아닌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종의 노동에 가깝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 세대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TV, 빌게이츠의 휴가를 보면서 일상속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과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머릿속의 답답한 것들을 인위적으로 잊게 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결국 쉼이라는 것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더 치열하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의 뇌는 지금도 휴식 보다는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계속 쥐어 짜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조금은 부담인 책 읽기가 목욕과 함께라면 기분좋은 행위가 되는 점에서, 결국 진정한 휴식은 목욕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근데 몸을 푹 담그고 책을 읽으면 책이 젖지는 않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뭔가 럭셔리해보이긴 한데 책이 젖을까봐 아주 신경이 쓰일 것 같기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짧은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주변의 책들을 훑고, 함께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에 정독하는 느낌. 민다님의 강점은 말하듯 쓰시기 때문에 편하게 독자들이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도입과 마무리가 인상적일 때가 많아요. 거침없이 시작하시고, 누구보다 재기발랄하게 마무리 지으시는 게 늘 인상적입니다. 이번에도 그랬네요.
이번은 네 번째 합평이라 제가 조금 따끔하게 해보려 해요. 조금이라도 더 도움 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니, 기분 좋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글쓴이는 쉼을 말하면서 동시에 책을 말하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쉼을 말하며 일을 말하는데 반해, 책이 나오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쩌면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활자를 계속 읽어야 하는 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글과 읽어야 하는 글의 괴리감 속에서, 정작 쉬는 동안 읽고 싶은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모습이랄까요.
그런데 사실 이는 제가 유추한 것이고, 글의 전반부를 보면 왜 글쓴이에게 독서가 계속 부채감으로 남아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글쓴이의 시선은 있는데 마음이 빠진 느낌이랄까요. 좀더 글에 마음을 담아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반신욕을 하며 한 권의 잡지를 정독하고 나서 글쓴이는 온전한 쉼을 느껴요. 앞부분에서 독서를 부채감으로 느끼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있더라고요. 이 부분이 묘하게 이해가 가지만, 명확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이게 명확해지려면, 아까 언급한 것처럼 글쓴이의 속마음이 앞부분에 더 많이 드러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이 글의 흐름이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글만 남겨두고 있어요. 에세이는 처음이라고 하신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에세이가 익숙해지신 모습으로 보이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마지막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성실히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홈은 잠시라도 마음이 편하셨다니 좋네요- 그것만으로도 이 글의 쓰임은 다했다 싶습니다. 탕욕하시고, 편안함 밤 되세요
여러 이유로 요즘 좀 날이 서 있는데 글이 휴식같아요. 읽는 것만으로도 편해집니다. 오늘은 저도 탕욕...
[합평]
민다님 글이 참 좋습니다. 생각의 흐름과 상황묘사의 디테일이 마치 제가 그 생각을 했던 것 만큼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아버지들 이야기를 꺼내시며, 생각을 떼어놔준다는 말에 참 공감이 갔습니다. 최근일이지만 잠에 들려고 하면 머리 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자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30분~1시간 분량의 정보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그 사람들의 말들에 생각을 떼어놔 주면 비로소 잠에 들 수 있겠더라구요..ㅎ 저는 쉼을 나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민다님 글을 읽으니 쉼이란 떼어놔주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ㅅㅟㅁ 이라는 제목이 읽으신 ㄱㅡㄹ 이라는 책의 제목과 묘하게 매칭이 됩니다. 예전 에세이 테마가 글이었을 때 홈은님이 적으신 제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묘하게 여러 멤버들의 글이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기분이 드네요..ㅎ
마지막 욕조의 마개를 뽑자 빨려나가는 물과 함께 저도 아쉬워지는, 그 아쉬움에 그을 읽으며 마치 저도 쉼을 경험한 것 같은 경험을 했네요.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봄방학 기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쌓여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탕욕과 독서를 선택한 개인의 의지를 보여준다. 독서는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따로 내서 해야 할 만큼 해야 하는 일에 치여하는 삶, 쉬고 싶을 땐 멀티미디어에 집중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탕욕을 하며 독서를 위해 할애한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평소에도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간인데 그러지 못했던 삶에 의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독서를 할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가전기기들이 집안일을 대신하는 동안에도 계속 집안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쉼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한다. 플래너의 일상이 모두 일을 기준으로 짜이는 삶 속에서 휴식을 위해 타임테이블을 짜는 것은 사치처럼 여겨지는 부지런한 한국 사람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튜브를 보며 일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만 온전한 쉼이라 여기지 못하고 계속 멀티미디어를 보며 남은 일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바쁜 삶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나의 일과 쉼을 되돌아봤다. 열정적인 순간 뒤에 있었던 평온하고 즐거웠던 쉼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돈이 있어서 가능했던 쉼과 쉼이 이끌어낸 성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었다. 삼성재단의 돈으로 만든 잡지를 보고 휴식을 취한 민다는 이후에 치열한 일터로 돌아갔을까? 궁금증을 남기는 글이다.
[합평]
시작하는 첫 글에서부터 독자를 같이 쉬게 하는 ‘봄방학’. 그리고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집어 들고 욕조로 들어가는 도입부와 욕조 밖으로 나오는 결말이 글의 견고한 짜임새를 보여줍니다. 글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분위기는 무척 낭만적이네요.
‘불편하지만 달콤한 미루기’가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얼에모 글쓰기로 저도 매번 다음엔 날짜에 임박해서 쓰지 말고 마감일 전에 앞당겨 하고 좀 홀가분해져보자 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쉽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결심에 결심을 해도 행위가 뒤따르지 않는 결심일 뿐, 그러다 겨우 발등에 불이 붙어 화들짝 놀라야 자판 앞에서 눈에 쌍심지가 켜진다는 거. 근데 또 그 쌍심지나마 켜지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
‘빨래를 돌려놓고 나는 집안일 하는 중’이라고 핑계를 대는 건 거의 많은 사람들, 특히 주부라면 백퍼 공감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놀고(쉬고)있는 자책감이 덜할 수 있으니 말이죠.민다님의 ‘ㅅㅟㅁ’에서 ‘백색소음’은 오래전 그 시간에 똑같이 재현되며 아련하게 떠오르는 장면으로 우리부모님들의 쉼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욕조의 물을 빼면서 쉼이 끝나는 것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깔끔 명료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쉼을 굳이 쪼개서 ㅅㅟㅁ으로 쓰셔서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든 쪼개서 쉬셨다는 얘기를 하시려는 걸까, 깨어져버린 쉼을 표현하시려는 걸까.
독서가 일종의 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역시도 가끔씩 답답할 때 서점을 찾곤 하는데,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그냥 우두커니 돌아다니면서 힐링하기도 하거든요. 힐링 포인트는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소개하셨던 책에서 디자이너의 관점을 제시하셨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목의 비밀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쉼을 글자로 생각해서 아예 다르게 보는 관점을 소개하려고 하셨던 것이죠?
욕조의 물과 쉼을 동일시한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쉼이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간 자신에게 힘내라는 격려 보내드립니다.
[합평]
민다님의 쉼은 짧고도 달콤하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학 때의 공부와 할 일은 역시 미루는게 제맛이죠.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막에 후딱 해치우는게 진리죠. 그런대 책읽기 마저 그러하시다는 건 좀 의외입니다. 민다님께 독서란 쉼 그 자체일 것 같은데 말이죠.
저도티비를 켜놓고 잠드는 버릇이 있어 막상 끄면 잠이 달아난다지요. 예전엔 이해 못하던 행동을 어느덧 하고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도 빌 게이츠에 공감하는 것도 모두 시간이 가져다 주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사진에 등장한 책을 보니 짧은 휴식에 탁월한 책이라기 보단 무료한 시간을 책에 집중하게 해 주는 디자인인 것 같네요. 한 자도 허투로 술술 읽어 넘기지 못하게 하는...
완전하게 혼자인 시간과 공간에서 몸마저 물 속에 가둔 채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글입니다.
저렇게 읽으면 온전히 몰두할 수 있으려나 궁금해지고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짧지만 완벽한 민다님의 쉼을 부러워하며 응원합니다.
멋진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설거지는 대부분 식기세척기가 해주는 것인데, 정리와 개는 건 내가 할거니까 나는 쉬고 있지 않다고 핑계를 댄다>
이 구절은 제가 쓴 줄 착각을 했습니다. ^^;;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쌓아 넣고 건조된 식기를 정리하고, 세탁된 빨래를 개어 옷장 안에 정리하는 나름의 수고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빨래와 설거지 나아가 청소까지 쉬지 않고 집안일을 했다고 저 스스로 합리화(?)를 합니다. 중간에 유튜브를 보느라 건조기 넣는 것을 깜박하고 헹굼, 탈수를 다시 누른 경험도 많아 매우 공감을 했습니다. ^^
부모님께 자장가와 같았던 티브이의 백색소음, 빌 게이츠의 오두막, 민다님의 반신욕과 독서 모두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각자의 골칫거리를 외면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쉼’이라는 것에서 통일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추구하는 ‘쉼’이 모두 다르겠지만 대부분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쉼이라 여기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 속 책의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그 와중에 발 매트와 책이 참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욕조의 마개를 뽑자 drain으로 물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내 쉼도 끝난다>
마지막 문장에서 덩달아 쉬는 시간이 끝난 것처럼 아쉬움이 남습니다. 민다님께 자주 쉼의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민다
[합평]
책, 유튜브, TV, 빌게이츠 아저씨까지 쉼을 생각하게 하는 많은 단어들의 등장과 다양한 시선의 이동으로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쉼에 대한 생각들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영상매체에 더 익숙한 모습에서, 책을 읽는 것을 가볍게 쉬는 것이 아닌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종의 노동에 가깝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 세대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TV, 빌게이츠의 휴가를 보면서 일상속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과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머릿속의 답답한 것들을 인위적으로 잊게 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결국 쉼이라는 것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더 치열하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의 뇌는 지금도 휴식 보다는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계속 쥐어 짜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조금은 부담인 책 읽기가 목욕과 함께라면 기분좋은 행위가 되는 점에서, 결국 진정한 휴식은 목욕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근데 몸을 푹 담그고 책을 읽으면 책이 젖지는 않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뭔가 럭셔리해보이긴 한데 책이 젖을까봐 아주 신경이 쓰일 것 같기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짧은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주변의 책들을 훑고, 함께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에 정독하는 느낌. 민다님의 강점은 말하듯 쓰시기 때문에 편하게 독자들이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도입과 마무리가 인상적일 때가 많아요. 거침없이 시작하시고, 누구보다 재기발랄하게 마무리 지으시는 게 늘 인상적입니다. 이번에도 그랬네요.
이번은 네 번째 합평이라 제가 조금 따끔하게 해보려 해요. 조금이라도 더 도움 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니, 기분 좋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글쓴이는 쉼을 말하면서 동시에 책을 말하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쉼을 말하며 일을 말하는데 반해, 책이 나오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쩌면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활자를 계속 읽어야 하는 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글과 읽어야 하는 글의 괴리감 속에서, 정작 쉬는 동안 읽고 싶은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모습이랄까요.
그런데 사실 이는 제가 유추한 것이고, 글의 전반부를 보면 왜 글쓴이에게 독서가 계속 부채감으로 남아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글쓴이의 시선은 있는데 마음이 빠진 느낌이랄까요. 좀더 글에 마음을 담아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반신욕을 하며 한 권의 잡지를 정독하고 나서 글쓴이는 온전한 쉼을 느껴요. 앞부분에서 독서를 부채감으로 느끼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있더라고요. 이 부분이 묘하게 이해가 가지만, 명확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이게 명확해지려면, 아까 언급한 것처럼 글쓴이의 속마음이 앞부분에 더 많이 드러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이 글의 흐름이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글만 남겨두고 있어요. 에세이는 처음이라고 하신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에세이가 익숙해지신 모습으로 보이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마지막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성실히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홈은 잠시라도 마음이 편하셨다니 좋네요- 그것만으로도 이 글의 쓰임은 다했다 싶습니다. 탕욕하시고, 편안함 밤 되세요
여러 이유로 요즘 좀 날이 서 있는데 글이 휴식같아요. 읽는 것만으로도 편해집니다. 오늘은 저도 탕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