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뷰
뉴진스, 논란을 넘어
뉴진스의 “가자”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2023/01/06
“가자"고 말하자 난리가 났다. 뉴진스의 새로운 싱글 <OMG> 뮤직비디오 이야기다. 뮤직비디오 속 뉴진스 멤버들은 정신병동에 있다. 환자가 분명하다. 그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누구는 자신을 아이폰의 시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자신을 의사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멤버들은 모두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있다. 나는 이 뮤직비디오가 정신병을 모에화했다거나 정신병동 혐오라고 말하는 의견에는 의견을 낼 생각이 없다. 정신병동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매우 할 말이 많지만, 결국 그 부분은 다소 일차원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OMG>를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건 마지막 장면이다.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소녀가 등장한다. 그는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까지를 소셜미디어에 쓰고 있다. 그러자 자신을 의사로 착각하고 있는 뉴진스 멤버 민지가 등장한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가자”
이 메시지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 한 주간 꽤나 격렬한 논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졌다. 맞다. 그 장면은 분명히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그들은 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에게 던지는 직접적인 메시지다. 사람들은 이 대사가 팬들에게 싸움을 먼저 거는 오만함에서 나왔다고 추측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에게 해석의 즐거움을 남기기보다는 지나치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에 따르면 마지막 장면의 소녀는 악플러다. 그리고 이 뮤직비디오는 악플을 남기는 사람들을 모두 ‘환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이 뮤직비디오 따르면 뉴진스에게 악플러들은 일종의 환자들이며, 그들은 결국 고쳐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건 팩트다. 악플러...
<씨네21> 기자, 남성지 <GEEK> 디렉터,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을 거쳤다. <한겨레신문>, <에스콰이어>, <조선일보>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물론 당신은 그 자유로운 태도마저 기획사에 의해 완벽하게 재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태도가 오로지 어른들의 체계적인 설계에서 나왔다고 믿지 않는다. 혹은, 그것이 설계였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그 설계는 멤버들의 아이돌로서의 자아를 자유롭게 풀고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
GOD와 비가 과거 JYP의 페르소나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소녀시대와 FX 역시 SM(이수만)의 공들인 콘텐츠임을 누구나 압니다. 마찬가지로 뉴진스 역시 어도어(민희진)의 철저한 기획물인 것이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유독 뉴진스에 대해 주체성이니 꼭두각시니 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유가 뭘까요?
지오디, 비, 소녀시대 모두 음악과 춤 그리고 각종 연출 혹은 진정성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들의 목소리를 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맴버들 어느 누구도 음악, 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질 않더군요. 9만원 어치 악세사리를 산 이야기와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만 들리던데요? 혹시 다른 방송이나 매체에서 뉴진스 그녀들이 직접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 것이 있다면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대 편에 서서 민희진 대표 혹은 뉴진스 콘텐츠에 대해 공분을 하는 궁극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주로 X세대들 중 유독 대중문화의 기호와 담론을 잘 다루는 이들이 먼저 나서서 그들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들을 만나셨나요?
그래서 '믿지 않는다 혹은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라는 주장 이전에 뉴진스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먼저인 듯 싶습니다.
뒷부분을 읽으면서 '아...' 했네요. 저도 무의식적으로 설리를 떠올리고 있었다는걸 느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막 뉴진스에 깊이 빠지기 시작했고 이 글을 읽기 위해 얼룩소에 가입했습니다. 아이돌 문화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 것을 조는 즐거움이 큽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50대 뉴진스 팬입니다. 민지랑 저희 아들이 동갑이에요. ㅎㅎㅎ. 그런데 아들이랑 같이 좋아하고 있어요.
민희진 대표와 신우석감독과 뉴진스의 태도가 옳으냐 아니냐를 따지는건 무의미합니다. 글에서 설명한대로 민희진은 설리( 또늠 종현 구하라 등)를 떠올렸고 적어도 10대인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명분도 충분하고 뉴진스 멤버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겠죠. 다만 이렇게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는 방식은 제 관점에선 참 재미가 없습니다. 뉴진스 멤버들의 생각을 그들이 말과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는게 아님에도 제대로 파악하려면 수용자는 솔직히 꽤 시간이 걸립니다. 데뷔후 반년은 그러기엔 너무 짧죠. 근데 그 해석에 걸리는 재미와 노력의 과정을 민희진과 신우석은 너무 직설적으로 이번 뮤비의 쿠키파트에서 던졌습니다. 창작자가 스스로 해석의 방향을 제한하는 방식의 예술적 표현은 일단 해석의 재미가 반감되죠. 그래서 솔직히 그 장면은 진짜 사족, TMI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이미 뉴진스에 푹 빠진 버니들이 아니라면 진짜 뉴진스는 목소리와 율동만 남고 민희진과 신우석만 보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새로운 시도인건 맞지만 그 애티튜드가 뉴진스의 팬덤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것같진 않아요.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야구팀 감독이 자기 작전을 구현하려고 갑자기 대타가 되어 배트를 들고 나오거나, 연극중에 배우앞에 연출자가 나타나 배우들을 가리고 대사를 치는걸로 보입니다.
욕먹거나 비난받을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나 비평적 관점에서 스스로를 재미없게 만든 사례는 맞다 생각합니다.
민희진 대표와 신우석감독과 뉴진스의 태도가 옳으냐 아니냐를 따지는건 무의미합니다. 글에서 설명한대로 민희진은 설리( 또늠 종현 구하라 등)를 떠올렸고 적어도 10대인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명분도 충분하고 뉴진스 멤버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겠죠. 다만 이렇게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는 방식은 제 관점에선 참 재미가 없습니다. 뉴진스 멤버들의 생각을 그들이 말과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는게 아님에도 제대로 파악하려면 수용자는 솔직히 꽤 시간이 걸립니다. 데뷔후 반년은 그러기엔 너무 짧죠. 근데 그 해석에 걸리는 재미와 노력의 과정을 민희진과 신우석은 너무 직설적으로 이번 뮤비의 쿠키파트에서 던졌습니다. 창작자가 스스로 해석의 방향을 제한하는 방식의 예술적 표현은 일단 해석의 재미가 반감되죠. 그래서 솔직히 그 장면은 진짜 사족, TMI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이미 뉴진스에 푹 빠진 버니들이 아니라면 진짜 뉴진스는 목소리와 율동만 남고 민희진과 신우석만 보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새로운 시도인건 맞지만 그 애티튜드가 뉴진스의 팬덤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것같진 않아요.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야구팀 감독이 자기 작전을 구현하려고 갑자기 대타가 되어 배트를 들고 나오거나, 연극중에 배우앞에 연출자가 나타나 배우들을 가리고 대사를 치는걸로 보입니다.
욕먹거나 비난받을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나 비평적 관점에서 스스로를 재미없게 만든 사례는 맞다 생각합니다.
<물론 당신은 그 자유로운 태도마저 기획사에 의해 완벽하게 재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태도가 오로지 어른들의 체계적인 설계에서 나왔다고 믿지 않는다. 혹은, 그것이 설계였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그 설계는 멤버들의 아이돌로서의 자아를 자유롭게 풀고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
GOD와 비가 과거 JYP의 페르소나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소녀시대와 FX 역시 SM(이수만)의 공들인 콘텐츠임을 누구나 압니다. 마찬가지로 뉴진스 역시 어도어(민희진)의 철저한 기획물인 것이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유독 뉴진스에 대해 주체성이니 꼭두각시니 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유가 뭘까요?
지오디, 비, 소녀시대 모두 음악과 춤 그리고 각종 연출 혹은 진정성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들의 목소리를 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맴버들 어느 누구도 음악, 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질 않더군요. 9만원 어치 악세사리를 산 이야기와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만 들리던데요? 혹시 다른 방송이나 매체에서 뉴진스 그녀들이 직접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 것이 있다면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대 편에 서서 민희진 대표 혹은 뉴진스 콘텐츠에 대해 공분을 하는 궁극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주로 X세대들 중 유독 대중문화의 기호와 담론을 잘 다루는 이들이 먼저 나서서 그들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들을 만나셨나요?
그래서 '믿지 않는다 혹은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라는 주장 이전에 뉴진스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먼저인 듯 싶습니다.
좋은 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막 뉴진스에 깊이 빠지기 시작했고 이 글을 읽기 위해 얼룩소에 가입했습니다. 아이돌 문화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 것을 조는 즐거움이 큽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50대 뉴진스 팬입니다. 민지랑 저희 아들이 동갑이에요. ㅎㅎㅎ. 그런데 아들이랑 같이 좋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