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이 오랜 인연으로 - 고마운 제자

동보라미
동보라미 · 더 맑고 단단하고 다정하고 지혜롭게
2023/06/27
2014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친정과 시댁 모두 가까운 곳인 서울의 끝자락에 신접 살림을 차렸다. 딱 1년을 살고 2015년 아무 연고도  D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D시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협력교사로 근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금방 전세를 구할 수 있어서 학교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남녀공학 고등학교 2학년 토론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참 착하고 순수했다. 서울에서 이사왔다고 하니까 '쌤 서울여자네요.'라며 농담도 하고 '우와!'라고 감탄도 해주었다. 방학을 앞두고 근처 다른 고등학교 기간제교사로 채용이 되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고 언제든지 질문이 있거나 고민거리 있으면 이야기 해달라고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며칠 뒤 *혁이라는 남학생에게 카톡이 왔다. 국어 공부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카톡으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고 열공하라고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혁이는 감사인사를 하며 내일부터 새벽기도 나가겠다는 다짐도 했다. '오! *혁아 쌤도 못 나가는 새벽기도를 나간다니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버지께서 작은 교회 목사님이라고 했다. 

'어머! *혁아, 쌤이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오고 몇 달 째 교회를 못 정해서 이곳저곳 가봤거든. 이번주에는 *혁이네 교회 가도 될까?'라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우리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 상가 2층이었다. *혁이의 아버지이신 목사님과 어머니이신 사모님은 나를 너무나도 반겨주셨고 정말 잘 해주셨다. 

처음 나간 교회,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너무 따뜻해서 오래 알고 지낸 가족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시댁, 친정과 멀리 떨어져 연고도 없는 D시로 왔는데 제2의 친정 부모님 같은 분들을 만나서 분에 넘치게 사랑을 받았다. 매번 반찬도 만들어주시고 임용시험을 치를 때마다 봉투를 주시며 응원해주셨다. 

D시에서 3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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