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4/05/08
버스를 타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친정에 가는 길이다. 버스 안은 이미 에어컨이 가동돼 시원했다. 창가 자리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쪼여 더운 기운이 느껴졌다. 난 일부러 창가 자리를 찾아 햇살을 쪼였다. 따끈하면서 시원한 느낌이 좋다.
키가 훤칠한 할아버지가 올라오며 "두 사람이요" 작게 속삭이듯 말씀하신다. 소리가 너무 작게 들렸는지 뒤에 따라오는 할머니가 "두 사람이요" 우렁차게 외치신다.
키 큰 학생이 벌떡 일어난다. 노인을 위한 배려임이 뒷모습에서 느껴진다.
할머니는 "당신이 시원한데 앉아, 내가 창가에 앉을게" 할아버지는 군말 없이 할머니 말을 따랐다. "크게 말해야 알아듣지 그렇게 작게 말하면 못 알아들어." 할머니는 옆에서 사회에 첫 발을 들인 초년생을 가르치듯 차근차근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뒷자리의 나에게까지 훈훈하게 전해진다.
친정 가는 길의 낯익은 공기는 이곳에서 아예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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