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부모가 된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5/08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사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연휴 동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남동생은 캠핑을 가고, 중간고사가 끝난 조카들도 각자 일정으로 바빠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소식을 들으니,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은 가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었다. 그런 내 맘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아이들도 친구 생일 파티에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다 함께 모여 왁자지껄한 것을 좋아하는 친정의 분위기에 적응했는지 딸아이가 말했다.


 “외삼촌도 캠핑 가고, 나현이 언니랑 민기 오빠도 못 보는데, 이번에 안 가면 안 돼?”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가는 건데 가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연세가 많으시니까 언제 갑자기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아. 그럼 ‘아, 그때 보러 갈걸’ 엄마 아빠는 후회할 것 같아."

 아이들은 숙연한 얼굴이 되었다. 내가 말하고도 슬퍼졌다. 무슨 날이라고 의무감에 자식의 도리를 한다는 자체가 거북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핑계로라도 나의 근원인 그들을 떠올리고 찾게 되어 감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빈둥거리며 보내는 연휴의 달콤함은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이겠지. 하지만 금세 후회하고, 자책하며 불편을 느낄 것은 불 보듯 훤했다. 짐을 싸고 새벽같이 일어나 먼 길을 달려 시댁에 도착했다. 기력에 좋다는 흑염소 진액, 달지 않은 수제 쿠키, 고운 카네이션 화분을 양손 무겁게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자주 못 드리고, 못 챙긴 것에 맘이 쓰였다. 전화 한 통 하는 것이 몇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늘 ‘자주 전화해야지’ 하는 마음은 결심으로만 끝이 난다.

 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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