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育兒)는 결국 육아(育我)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12/01

독한 감기를 앓았다. 지인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찬 음료를 먹은 것이 원흉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감기는 삼 주가 가까이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 내 눈은 욕실 바닥의 물때와 식재료가 떨어져 텅 빈 냉장고 안을 훑었다. 고양이 털이 묻은 소파를 털고,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욕실을 닦았다.

아이들 먹일 과일과 찬거리를 사러 나갔다. 당장 청소하지 않아도, 하루 인스턴트 제품이나 배달 음식을 먹는다고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과 달리 미련스러운 행동을 했다.

컨디션이 떨어지자, 신경도 예민해졌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도 비난과 짜증을 쏟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희생에 대한 생색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나치게 아이 위주로 흘러가는 삶

부모가 되는 순간 대부분은 자신의 삶보다 자녀의 삶 위주로 생활 패턴이 흘러간다. 몸을 혹사하더라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지나치게 몰두하고 정성을 쏟는다.

더 나아가 자녀의 실패를 견딜 수 없어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하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나조차도 아이가 넘어질까 한 발짝 떼기도 전에 옆에서 잡아주고, 물을 쏟을까 대신 물병을 들고 먹여주었다. 엉망으로 마친 학교 숙제 때문에 선생님께 혼날까, 걱정이 되어 미리 수정을 해주는 것도 다반사였다.

불과 6년 뒤면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적 성인이 된다. 사춘기의 아들은 벌써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문득 매 순간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전전긍긍하는 나는 과연 하루아침에 성인이 된 아이와 내 삶을 분리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몰려왔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독립 후 허전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다. 처음부터 둥지의 주인은 부부와 자녀 모두였을 텐데, 어느새 둥지의 목적은 새끼를 키우는 것이 되었다.

훗날 둥지 밖을 날아가는 아이들을 담담하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삶에 매몰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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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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