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작숲] 사계절을 담다 - 끝!!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2/20

 과연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할 만큼 기온이 떨어졌다. 서랍장에서 작년에 입던 내복을 꺼냈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들의 내복 하의는 그새 댕강 올라가 복사뼈가 드러났다. 너무 몸에 붙어서 무릎을 굽힐 때마다 불편하다는 소리에 벗어둔 후줄근한 내복을 바라본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는 몇 해를 입었는데,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은 해마다 몸이 바뀐다.

 딸아이의 첫 번째 작은 어금니가 빠졌다. 일주일 전부터 흔들거리는 것을 아이는 조금만 더 있다 뽑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이들의 유치는 뿌리가 짧아 거의 달려만 있는 것을 과감하게 쏙 뽑으면 될 것을 나는 그것이 참 무섭고 어렵다. 혓바닥으로 밀면 이리저리 기울어지는 이를 우리는 결국 치과에 가서 뽑았다. 이가 빠졌다는 것은 새로운 이가 올라온다는 것을 말한다. 휑하게 비어있는 공간에 하얀 쌀알 같은 이가 보인다. 죽을 때까지 함께할 영구치다.

코가 삐뚠 꼬마 눈사람ⓒ콩사탕나무


 휘몰아치는 바람에 제법 굵어진 눈송이가 코로 입으로 마구 들어온다.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도 힘겹다. 붕어빵을 사 먹을 작정이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동종업계 경쟁자인 도로 건너편의 아주머니도 휴업이다. 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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