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길고양이한테 다그치면 알아듣냐고요
1. 어떤 여자가 친구의 집에 와 있다. 친구는 캣맘이다. 공동주택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곤 한다. 그런데 어느날, 이웃집 남자가 와서는 자꾸 길고양이 우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밥을 주지 말라고 타박을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웃집 남자는 닭을 키운다. 사실 길고양이한테 밥을 주는 것보다 공동주택에서 닭을 키우는 게 더 민폐가 아닐까 싶은데.
해당 장면은 홍상수 감독의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2020)의 일부다. 감독은 흥미롭게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죄다 등을 돌려서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해뒀다. 그리고 남자 캐릭터들은 죄다 배려심없고 이기적이다. 홍상수는 이 장면을 통해(정확히는 이 영화를 통해) 배려심 없는 사람들(정확히는 남자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2. 길고양이와 캣맘. 소위 '문제적 존재'들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존재들이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 속에서는 자기도 배려심 없으면서 남 탓이나 하는 사람들을 꼬집었지만, 실제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한국사회에서는 배려심 없는 존재의 상징이다.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들의 심기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집에서 길러지는 반려묘는 사랑 그 자체지만, 도시를 배회하는 고양이는, 그리고 그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3. 물론 그것의 맥락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길고양이는 분명 도시의 평화를 짓밟는 존재니까. 사실, 야생의 것들은 언제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침범하는 순간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시가 인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