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그 골치 아픈 걸 왜 하려고?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5/07
잡동사니 베란다를 뒤집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자질구레한 물건들. 그중에 어떤 건 여태 이걸 왜 버리지 못했나 싶은 것도 있고, 앨범이나 일기 아이들이 기념일에 써준 카드나 마스코트 같은 건 다시 보관박스에 넣는다. 그러다 클립으로 꽂은 a4용지가 눈에 띄었다. 오래전, ㅎ신문사에서 하니**리포터를 모집하는데 썼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활동계획서, 그리고 한 꼭지의 글이다.

내가 이런 활동도 했었네 하면서 쓴 글은 딸애관련 글이다. 그때가 2006년도쯤이니 딸아이 고등학생 때다. 그때로부터 십몇년의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딸애는 자기 삶을 어떻게 사는지 엄마 입장에서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글은 이렇다.

by픽사베이
   
[아이들 기말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시험이 끝나면 곧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생인 작은애야 산이나 바다에서 온전히 방학을 만끽하겠지만 고등학생인 큰애는 열흘 남짓한 시간만 방학으로 보내고 입시 ‘훈련’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엄마, 엄마는 내가 나중에 뭐하고 살면 좋겠어?”

딸애가 뜬금없이 물었다. 제법 진지한 표정이다. 

“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게 직업도 되면 좋겠지.”

대답이 좀 막연하다싶으면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그래서 내가 철학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막 웃는 거야.”
“뭐어, 처어락?”
“왜에?”

갑자기 커지는 내 목소리에 딸애가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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