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날벼락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8/12

졸음이 쏟아지는 늦은 밤, 그냥 잠들기는 아쉬웠다. 노트북을 열어 머릿속에 어지럽게 흩어진 글감들을 되짚었다. 글쓰기는 무리이고 낮에 읽다 던져 놓은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몇 페이지나 읽었을까 나는 곧 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거렸다. 그냥 푹 자면 될 것을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걸까?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체력은 더더욱 따라주지 않는 40대의 처절한 밤이었다.

 잠이야 더 잘 수 없어 문제지 잠들지 못해 괴로운 적은 없었다. 잘 자는 복이나마 가진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날도 코까지 골며 잔 듯했다. 버티다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더 달콤한 꿀잠을 잤다.

한밤중의 날벼락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한밤중의 날벼락 ⓒ dan__burton on Unsplash

얼마나 잤을까? 무엇인가 얼굴을 내리치는 강한 충격이 나를 깨웠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악~."

얼굴 전체가 얼얼하고 눈앞이 깜깜했다. 머리가 띵하고 눈엔 핏발이 서는 느낌이었다. 내 비명에 깬 남편도 사태를 파악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잠결에 옆에서 곤히 자는 내게 팔꿈치를 있는 힘껏 휘두른 것이었다.

"앗!! 괜찮아? 아, 진짜 어쩌지?? 미안! 미안!"

도저히 사과를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다. 왼쪽 눈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눈뿌리가 빠질 듯 묵직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이 한밤중의 날벼락이 억울하고 분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고의가 없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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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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