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시원하다.
이것 봐, 마누라. 나 지금 술도 안 먹었는데 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네. 하늘을 날아갈 것 같구만. 내가 이런 말하면 자네는 또 헛소리한다고 타박하겠지만, 진짜 그런 걸 어쩌겠나?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일세. 자네랑 내가 이 서울 변두리 구석에 처음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샀던 그날만큼 기분이 좋아.
그때 대문밖에 척하니 문패를 걸고 올려다 본 이 집은, 세상 어떤 궁궐보다도 멋져 보였지. 아무렴, 왜 안 그랬겠나? 내가 스물 여섯, 자네가 스물 셋일 때 부산 국제시장 옆 단칸방에서 시작해 십여년 만에 가지게 된 내 집인데. 비록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았지만 그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
근데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된 술이 문제였나? 하지만 난 술이 없으면 견딜 수가 없었어. 자네도 알지? 내가 사람들한테 아쉬운 소리 잘 못하고, 마음 약한 거. 처음엔 그런 점도 좋다고 했잖아? 물론 나중엔 지긋지긋해 했지만.
아침에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