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빛과 사물이 사람의 눈과 기계장치의 이중의 창을 통과한 순간의 기록이다. 어느 눈이 먼저였을까? 카메라의 눈이 먼저였을까, 사람의 눈이 먼저였을까? 어느 눈이 먼저 빛과 사물, 풍경을 발견했는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기는 할까? 아니면 순서에 상관없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걸까?
왜 사람들은 알 없는 안경을 쓰는 걸까. 두 개의 창으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두 개의 창을 갖고 있어서 당신을 보는 일을 놓치고 말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안경을 바꿔 쓰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 프랑스)과 최민식(1928∼2013)의 사진을 보다가 눈이 자신만의 유산을 남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의 어느 부분이 유산을 남겼던가. 손은 그림을, 조각을, 글을, 음악을 남겼다. 발은 무엇을 남겼나. 길에 흔적을 남겼겠지만 남겼는지 알아볼 수도 없고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