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첫발을 내디딘 사회생활,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의 기쁨도 잠시였다. 3교대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밤낮이 뒤바뀐 생체 리듬에 적응하느라 한참이 걸렸다. 저질 체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였지만 그땐 젊음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지나고 병동에 배치받아 일인 분의 몫을 해내는 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환자와 보호자의 눈에 풋내기 간호사의 모든 행동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더 이상 학생 간호사일 때처럼 책임소재에서 벗어나거나, 무한정 베푸는 관용은 없었다. 생명과 직결되는 현장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나 차별도 당연시되고, 관례처럼 용인되던 시절이었다.
고된 업무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비슷한 처지가 힘이 되었다. 게 중에서도 같은 신경외과 병동에서 근무하던 A, 정형외과 병동의 B와 가장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근무가 맞는 날이면 일이 끝나고 함께 쇼핑도 하고, 나이트 근무 후 조조영화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