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반하는 타자  송영의 소설 ｢선동자｣에서 그려지는 폭력은 필승의 거친 육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여학생 김양순에게 그러한 폭력은 상상만으로 충분하다. 필승이 “얼마 전에 일어난 삼호역의 광경”을 여학생들의 저항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가는 것처럼 상상의 힘은 놀라운 것이다. 상상에 토대를 둔 폭력은 ‘현실적으로’ 육체적일 필요가 없다. 마르크스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상상력이라고 보았지만, 이 상상력 때문에 비겁해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육체에 새겨질 수 있(다고 믿)는 폭력은 인간을 현실에 순응하게 한다.  그렇다면 남성 지식인이 보기에 이 폭력에 굴복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남성은 결연히 대결하는 존재이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지식인) 남성의 시선에 포착된 여성은 본능에 충실한 창녀이거나 영악한 마녀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존재 양태의 여성은 모두 ‘육체적’이다. 덧붙여 낭만적인 성녀의 존재 역시 빠뜨릴 수 없겠지만 이들도 시간이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