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9주기] 매개된 참사와 '기레기'의 탄생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4/16
경기도 고양시 길거리를 지나는 길에 찍은 세월호 9주기 현수막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주기가 되는 날이다.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들은 4월 16일이 되면 팽목항을 다시 찾아 목놓아 운다. 어떤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날짜 세가며 주기를 따져야 하는 기념일이냐며,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그들 앞에서 대놓고 한다. 그날 이후 자식을 잃은 부모는 한시도 마음을 편히 놓은 적이 없다. 이들을 그저 "때쓰는 사람", "빨갱이들의 사주를 받은 세력", "죽은 자식 팔아먹고 사는 부모들"로 만든 건 몰상식한 미디어와 막장 언론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오작동과 온갖 모순점을 낱낱이 드러낸 계기였다. 9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당시 '기레라'라 불릴 수밖에 없었던 언론의 행태를 돌아보고자 한다. 잊지 않겠다 다짐 했으니 기억해야 한다. 

1. 매개된 참사와 ‘기레기’의 탄생
   
세월호 사건의 특징을 한 가지 꼽자면 단연 미디어를 통해 중계된 참사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구조 없는 구조 활동”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을 통해 24시간 긴급특보 체제로 약 한 달간에 걸쳐 전파됐다.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 기관들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적 쟁점에 대해 해설과 비판의 임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간 세월호 사건을 보도한 언론 매체들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비판 없이 전달하고, 인위적으로 가공된 쟁점의 확산에만 주력했으며, 진실과 원인규명에 대한 탐사 보도에 소홀했고, 피해자들의 고난과 억울함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양상은 미디어의 위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참사이자 사태로 볼 수 있다. 

언론의 오작동은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전원...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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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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