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맛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2/25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강원도 하이원 리조트에 가족끼리 내려오기로 예약을 했는데 마지막날 올라가는 길에 우리집에 들리겠다고 한다.
벌써 언제부터 한 번 오겠다 했지만 길이 워낙 멀고 바쁘다 보니 여즉 오질 못했다.

참 오래된 친구다. 고1때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된 친구니까.
처음 그 친구를 봤을때, 북어처럼 비쩍 마른 몸매에 심한 푸석머리. 유난히 높은 매부코에 얹혀진 안경...  게다가 그 애가 있는 주변은 언제나 시끄러웠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늘 시끌벅적한데 주로 그 애 혼자 다 떠들어대고 있었다.
뭐 저런 이상한 애가 다 있어. 내가 본 그 친구의 첫인상이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그 애가 자꾸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이러지. 왜 자꾸 내게 말을 걸지?  의아하게 생각하며 건성 대답을 했다.
그 다음엔 자꾸 나랑 뭔가를 같이 하자고 했다. 매점에도 같이 가자 하고 집에 갈 때도 같이 가자 하고... 그렇게 같이 다니며 얘기를 하다보니 무척이나 유쾌하고 솔직한 친구라는 걸 알게되었다.  같은 사건이라도 그 애의 입을 통하면 너무 웃긴 한 편의 코메디로 둔갑을 했다. 적당히 msg를 가미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본인도 그걸 즐기는 것 같았다.
자연히 같이 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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