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김치를 담그라구요?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6/13
아침 안개가 걷히자 해맑은 햇살이 쏟아진다.
텃밭에 상추나 좀 따볼까 하고 나갔더니 상추도 너무 무성하게 잎이 달렸고 옆에 심어져 있는 열무는 감당이 안되게 잎이 온통 정글처럼 뒤덮혀 있다. 심란하다.
연한 잎을 좀 따서 삶아 된장 넣고 무쳐 먹을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잎이 너무 세어져 열무김치는 담그기가 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긴 연한 잎만 따서 담가도 되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오며 한 마디 한다.

 "열무에 무가 제법 굵어졌던데 총각김치 좀 담그지"

그리고 엎드려 무를 뽑기 시작한다.

"와, 이것 봐. 벌써 무가 엄청 커졌네. 충분히 총각김치 담그겠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총각김치라니...
원래도 김치랑은 친하지 않은데 김치 중에서도 특히 총각김치와는 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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