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우물속
다섯 살쯤 된 꼬마가 마루를 기어 다닙니다
초여름 아이는 늘어난 흰 런닝에 팬티를 입고 있습니다
시간은 아기 고양이처럼 권태롭기만 하죠
댓돌 위에 신발을 신고 수돗가로 갑니다
할아버지는 면도기를 놓고 나가셨습니다
면도기를 살짝 열어보니 면도날이 보입니다
얇고 날카롭고 예민하며 뭔지 모를 불안과 호기심으로 아이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깁니다
손가락 끝이 가렵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붉은 피가 스며나옵니다
처음엔 런닝으로 스며나오는 피를 찍어봅니다
아니 닦아봅니다
늘어난 런닝 위로 번지는 붉은 점으로....
자꾸만 멈출 수 없게 하나의 특별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내 피가 멈추고 엄마가 들어서며 소릴 지르고 런닝을 벗겨내버립니다
다섯 살의 나는
그 늘어난 런닝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