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잃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08/28
코로나 확진 6일째 

드디어 내일까지만 격리하면 감옥살이를 청산할 수 있다. 일주일을 고열에 시달리며 앓았더니 어느새 창살 밖은 계절이 바뀌어 버렸다. 
그토록 이글거리며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은 기세가 꺾여 버리고 제법 찬기를 실은 바람은 짧은 소매를 입은 팔에 뭘 더 걸칠까 고민하게 만든다. 

잔기침과 가래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정말 살만하다 싶다. 

어른 한 사람은 살아남는 것이 그래도 견딜 만 했겠다 싶을 정도로 남편과 둘다 증상이 굉장히 심해 아이들을 돌보며 밥까지 챙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이웃에서 갈비탕이며 국밥 같은 것을 포장해서 두고 가기도 하고, 친구가 배민 쿠폰을 보내주는 등 마음을 써 주어 아프고 서러운 마음에 고마운 위로가 되었다. 

며칠전 냉면을 시켜 먹는데 한 젓가락 후루룩 입에 넣었다 바로 뱉어버렸다. 내가 알던 새콤한 냉면 맛이 아니라 쓰고 짠맛만 느껴져 

“윽~ 맛이 왜 이래? 진짜 이상하지 않아?!” 

남편은 그때까진 미각을 잃진 않았던 것 같다. 딱히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며 아이들과 잘 먹었다. 
내가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입맛이 이상해졌나 했었다. 
하지만 갈수록 후각과 미각이 소실된 것을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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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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