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멘탈 호신술 -1-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1/11/25
“행님. 세상은 왜 있는 놈이 더 있어지고, 없는 놈은 계속 없어져요?”
 
제 의형제이자 동생이 전화 너머로 했던 말입니다. 그때 저의 대답은.
 
“그러게. 왜 그럴까. 불공평하지. 쟤네 재산은 무슨 아메바도 아니고 냅두면 왜 계속 늘어날까. 내 재산은 존나 빠른 러닝머신 위여. 잠깐 쉬면 이자 못 갚아서 뒤처지잖어.”
 
돈 많은 자에겐 이자가 빵이요 와인이지만, 빚이 많은 자에겐 이자가 칼이요 철퇴밖에 되지 않지요. 지극히 당연한 소립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단지 돈이 아닙니다. 돈이 없기에 돈을 쫓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신경을 기울일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내 삶에서 극도로 부족한 지점이 생기면 그쪽에만 시선이 꽂힙니다. 주의가 산만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람 자체가 그리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본성을 [터널링 이펙트]라고 하며, 센딜 멀레이너선과 엘다 샤퍼의 공저 ‘결핍의 경제학’이 다루는 핵심 주제입니다.
 
극단의 결핍이 어떠한 후유증을 낳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미네소타 기아실험이라는 아주 유명한, 지금은 절대 못 하는 인체실험이 있었지요. 간단하게 요지를 설명하면 6개월간 평소 먹는 음식량에 딱 절반만 줍니다. 말 그대로 쫄쫄 굶기는 게죠. 가혹한 실험 속에서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행동이 발견됩니다.
 
1) 배식이 1분이라도 늦어지면 발작하거나
2) 먹을 때 말이 없음, 밥을 뺏길까 계속 경계하거나
3) 편식 습관이 완벽히 사라지고 식판을 혀로 마구 핥는다거나
 
하는 부작용을 보입니다. 여기까진 그래도 예상이 가능하셨겠지요. 문제는 실험이 끝난 뒤 사회에 복귀하고도 후유증이 남습니다. 메뉴판이나 요리책에 집착하고, 농부나 요리사로 진로를 바꾼 이도 있고, 영화를 볼 때도 먹는 장면에만 유달리 집중하는 등. 삶 자체가 먹는 것에 초점이 가게 됩니다. 터널링 이펙트의 후유증이지요.

먹는 것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가난한 어린아이들에게 온갖 동전의 크기를 어림짐작으로 맞춰보라고 하면 실제보다 크게 인지합니다. 심지어 실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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