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3/11
4월이었다. 날씨가 기막히게 좋고 꽃들이 허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대학은 졸업했겠다. 순위고사는 합격했겠다. 이제 발령을 받아 학교로 출근할 일만 남았다. 한정된 휴가란 얼마나 달콤한가. 달콤한 황금휴가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 친구랑 둘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배낭엔 쌀이며 꽁치통조림 야채들로 가득 차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러나 젊음이란 이름은 그 돌덩이조차 거뜬히 짊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덜컹이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버스로 달려 도착한 곳은 울진 성류굴. 사전 정보가 없었던 만큼 억겁의 종류석들이 빚어 낸 난생 처음 보는 전경은 신비롭고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서 방향을 틀어 단양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양 8 경이란 말에 혹해서. 
교통편도 제대로 없는 그 오지에서 그래도 갈 곳은 다 가고 구경할 건 다 하고 다녔다. 인적도 없는 시골길에 어쩌다 지나가는 트럭은 손만 들면 어김없이 멈추고  태워주었다. 묘령의 아가씨 둘이 배낭을 메고 트럭에 타도 아무도 농담을 건네지도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기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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