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3.09.09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9/08
1. 데이트

요즘 따로 하는 일이 있다보니 집에서 뒹굴거리던 꿑같은 시간이 사라졌다. 요리를 하고 책을 읽으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 때리던 소중했던 시간들. 오래간만에 하루 쉬는 일정이라 오전에 팔꿈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어도 되지만, 일을 하며 삼시 세끼를 차리는 아내와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나는 심사숙고를 한 뒤, 아내에게 세 가지 메뉴를 제안했다. 칼국수, 수육백반+막국수, 돼지불백쌈밥. 하지만 3가지 모두 1초 만에 커트당했다. "뭐 먹고 싶노"라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늘 "아무거나"라고 답하지만, '아무거나'는 아무거나 (먹고 싶지 않으니 잘 생각해서 말해)의 줄임말이었다.

지난번에 가려고 하다가 실패했던 파스타집으로 향했다. 나는 이런 품격 있고 고급지면서도 비싼 이탈리안 레스토랑보다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재래시장 칼국수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20년을 함께 하면서 이럴 때는 결코 토를 달아서는 안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칼국수는 단돈 6천 원에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풍요롭게 해 주지만, 파스타와 피자를 먹는 데는 거금 3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내와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인근 어린이대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도 하는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음식을 다 먹은 뒤 피자가 남아서 포장을 요청했는데, 후식이 있다고 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주었다. 비싸다고 속으로 궁시렁거리고 있었는데, 커피까지 마시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좀 더 쌀쌀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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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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