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은 편집자를 잘 만나야 한다 (6)

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4/17
그렇게 초고를 넘겼다. 타국에서 외국 아내를 만나 네 명의 아이들과 보낸,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 담긴 내용이다. 장르는 물론 에세이다. 원래 있던 경향신문 원고가 5만자, 골든위크 기간에 처음부터 새로 쓴 '가키오로시(書き下ろし)'가 10만자, 도합 15만자다. 편집을 담당한 강태영이 말한 원고량은 채웠지만, 솔직히 원고를 넘기면서도 '이렇게 쓰는 게 정말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맴돌았다.

(아참 이 글은 본의아니게(?) 연재가 되어버렸기에 처음 접하는 분들은 아래 글부터 읽는게 이해하기 빠르다.)

6년동안 매일 2천자 이상 쓰게 된 이유 (1)
오직 돈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 (2)
어느 날 도착한, 책 내보자는 메신저 (3)
책계약을 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4)
열흘동안 10만자 쓰기 (5)

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냐면, 일단 정신없이 썼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 떠오르면 그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해결은 어떻게 됐는지를 쓴다. 소설로 치자면 떡밥을 던지고, 그 떡밥회수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지막에 내 감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에세이였던 거지, 만약 감상이 없었다면 각 에피소드는 짤막한 단편소설이라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문제는 단편소설들이 보통 다 그렇듯 하나의 에피소드 자체가 완결되면 그걸로 그 일화는 끝난다는 거다. 

각 챕터의 연결고리는 등장인물 밖에 없다. 아이들과 내가 계속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이다. 물론 이 등장인물 덕분에 매우 편하긴 했다. 창작물에서 흔히 나오는 실수인 캐릭터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아내도, 그리고 필자인 나 역시 실존인물이니까. 

나중에 책이 나오고 난 다음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네 아이의 뚜렷한 캐릭터성을 거론하는 부분이 꽤 많이 나온다. 독자입장에서는 아이들 넷이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위치에 맞게, 일관된 캐릭터성을 보여주니 감정이입도 잘 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있는 독자의 경우 내 아이는 누구와 비슷한지, 누구처럼 키우고 싶은지를 생각해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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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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