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랑 살게 되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6/15
"어젯밤 꿈에 자기가 가발을 쓰고 나타났지 뭐유. 근데 통 맘에 안들어서 실망했어."
 
아마 가발을 맞췄다는 말을 듣고 지금쯤은 찾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서인지 그런 꿈을 꾼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그저 웃고 넘겼다.
그리고 원주에 볼일이 있어 갔던 남편한테서 오후가 되자 전화가 왔다.
" 자기는 무슨 신통력이 있나 봐. 가발 다 됐다고 전화가 왔지 뭔가. 너무 놀라서 소름이 돋았다니까" 
그 말을 듣자 나는 이때다 싶어  " 아. 정말?  그 봐요 내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니깐. 이래 봬도 신통력 있는 사람이라구요."  하고 잘난체를 했다.
전화로 가발을 찾았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궁금증으로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대략 두 달 전에,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너무 젊어져서 의아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젊어졌냐니깐 가발을 써서 그렇다고 했단다. 자기 와이프가 가발 회사인 하이모에 오래 근무하다 독립해서 사무실을 차렸고  가발을 만들어 줬는데 아무도 모르고 모두 젊어졌다고 말한다고 했단다.
그 후배의 젊어진 모습과 감쪽같은 머리상태에 혹해서, 그리고 150만원인 가발을 특별히 50만원에 해 주겠다는 후배의 말에 이성을 잃고 홀망해서 그 자리에서 덜컥 가발을 맞추고 내려 왔던 것이다.
나보고 돈 내달라는 소리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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