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글 기피자
2023/01/27
아주 어렸을 때 꿈은 화가, 그다음 가져본 꿈은 과학자였다. 화가에서 과학자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전개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의 시선에 이는 철저히 논리적인 전개였다. 이 두 직업은 '글'을 읽고 쓰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만큼 나는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국민학교 1학년 때 글씨를 잘 쓴다고 칭찬을 받았던 이후로 글과 관련해서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글씨로 칭찬받은 이유도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그렸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며 글을 글로써 써야 할 때가 되니, 이미 내 글씨는 본인도 알아보기 힘든 악필로 변해있었다.
국어시험은 문제를 끝까지 다 못 읽어서 못 푸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도 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커녕 수학 과학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학창 시절을 버텼다. 무엇이 이렇게까지 글을 기피하게 만들었을까. 딱히 그럴만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할 일이다.
글을 가까이하지 않는 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예로, 노래를 들으면 가사를 안 듣는다. 사실 못 듣는다에 가깝다. 그렇게 글을 기피했으니 글을 읽고 듣는 머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좋아하는 노래도 내용도 모른 채 소리만 듣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노래만 겨우겨우 가사를 찾아보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 수준이 형편없다. 겨우 '했다', '한다', '생각한다', '해야 한다' 정도의 생각을 나열하여 논리를 만드는 정도로 글을 이용한다. 사실...
![](https://alook.so/assets/hurdle-bg-1799b769f63897f591a4ec02ca099354308b8484ea688c711bd739afa0683c96.png)
[합평]
꾸역 꾸역 글을 넣으셨던 때처럼,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어 보게 되는 글인것 같습니다.
“글을 넣기 시작하니 글이 나왔다.” 라는 간단한 문장이, 어린시절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싫어했던 몬스님의 추억을 읽고 나서 만나니, 꼭꼭 씹어 읽고, 꾹꾹 한자씩 써내려가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실제로는 이 정도로 느린 속도감이 아니고,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속도감으로 656쪽을 읽고, 소설을 쓰는 몬스님을 상상해보게 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554개나 되는 글을 쓰게 하셨고, 심지어 소설까지! 쓰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 SNS나 블로그의 라이트한 글 외의 글을 이제 막 써보기 시작한 저에게는 상상만 해보는 영역입니다. 어른스러워지고 싶은 몬스님이지만, 제 글을 읽고, 읽으니 저보다 한참은 더 어른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합평이라는 단어 조차 처음 만난 초짜지만, 한 발을 내딛는 연습을 같이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합평]
<글 기피자>라는 제목에서부터 첫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글을 기피하지만 기피하는 그 마음 깊은 곳에는 기꺼이 글로 풀어내는 글쓰기가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화가, 그리고 과학자이셨군요. 그리고 지금은 과학관련 일을 하고 있으니 꿈을 이루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그림은 또 제 개인으로는 특별한 거여서 몬스님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셨을까 궁금해지네요.
‘만들어진 궤도 위’를 곧장 달리는 일을 잘 하신다니 그것 또한 저와 다른 성향으로 보이는 부분이어서 글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궤도 위에서 딴 짓 하다가 이탈하여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온 것만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 안도감에 이제 정신차리자 하다가 다시 그 정신을 잊고 자꾸 딴 짓에 갈증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건 운명처럼 저는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습니다. 그 딴 짓이 어쩌면 글쓰기이면 더할나위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공부하고, 계산하고, 분석하는’ 몬스님이 글을 기피한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소설은 쓴다는 건 무척이나 ‘어른스럽고’ 매력 있어 보입니다. 계속 글을 쓰시다보면 이미 어른이 되 있을 거란 믿음이 갑니다.
[합평]
화가와 과학자? 글을 쓰지 않아도 되어 선택한 꿈이었다고 하셔서 평소 진지한 몬스님의 이미지와 대비되어 살짝 웃었습니다. 스스로 글 수준이 형편없다고 평가하신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몬스님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고 글에 대한 솔직한 고민이 담백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의 몬스님의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몬스님을 ‘선비’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선비’를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을 이르는 말인 것처럼 논리적이고 수준 높은 글에도 과시하려는 모습보다 겸손한 태도를 느껴왔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의 글이 자랑하고 뽐내려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도 한 번 더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글을 쓰는 것을 계기로 몬스님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더 알아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얼룩소의 든든한 선비로 좋은 글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합평이 아니라 마치 팬레터 같네요? ^^;; )
[합평]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종종 봐왔지만 글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장래희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글을 싫어했던 사람이 지금은 공론장에서 당당한 '콘텐츠생산자' 가 된 과정과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왜 글이 그렇게나 싫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글이 뭘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닐텐데!)
글 기피자였던 사람이 삶에서 글을 접하는 일련의 순간들과(소설 집필) 얼룩소를 통해서 글에 가까이 다가서는 과정을 보며, 완결되지 않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최초 버젼은 '글 기피자' 였지만, 인생이라는 퀘스트를 통과해 가면서 어떤 타입으로 업그레이드 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캐릭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능동적인 글쓰기가 아닌 '반응으로 써의 글쓰기' 라는 대목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가장 큰 기쁨을 누리지만, 감정의 배설이나 반응, 정리하는 용도로써의 다소 극단적인 도구로 글 쓰기를 사용하는 것이 많이 낯설었다고 할까요. 이러한 글쓰기의 소극적인 용도가 글 기피자의 성향으로 인함이라면, 글과 더 친해지는 건 어떨까 제안드려봅니다. 몬스님의 글을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거든요.
덧붙여 단순한 반응으로써의 글쓰기를 넘어 [다른 사람의 능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글쓰기] 를 써보시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아마 이때쯤 되면 더 이상 '글 기피자' 라는 타이틀은 몬스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인간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몬스
[합평]
제목에서 문득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고, 한참을 읽어내려가면서 글에 대한 인상이 저와 비슷한 시절을 보내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글 기피자의 삶을 살아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어요.
몬스 님에게 글이란 [반응]이라는 말도 무척 공감이 갑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뭔가 다양한 소재들이 머릿속에서 다라락 연결될 때 비로소 반응할 맛이 나서 글을 쓰게 되는 건데, 주제를 정해서 쓰거나 작정하고 나면 뭔가 잘 안 써지는 느낌이 든달까요.
어른스러워지고 싶은 마음에, 능동적인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얼에모를 신청하시게 되었다는 소중한 고백, 너무 좋았습니다. 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656쪽 두께의 책에 대한 글을 쓰시게 된 것처럼, 소설을 잘 읽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소설을 쓰시게 된 것처럼. 왠지 이번에 에세이를 쓰시게 되는 과정을 통해 한계를 깨뜨리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보다도 [글]이 아니라, [사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합평이 처음이라, 잘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번 합평은 더 나아지리라 믿어봅니다. 다음 글도 잘 부탁드립니다.
[합평]
항상 논리적이고 수치와 그래프를 동반한 글을 써 주셔서 찬란히 빛나지만 닿을 순 없는 북극성 같은 몬스님과 이렇게 리뷰를 주고 받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적어 주신 리뷰 정말 감사헸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다 너무 소중헤서 앞으로 글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어릴 땐 글 쓰는 걸 싫어 하셨다는 말. 믿어도 됩니까? 그런 분이 소설을 쓰시고 얼룩소에 글 올리시고 이제 에세이까지... 이런 걸 잠재력이라고 해야하나요? 그저 놀랍습니다
몬스님의 전혀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고 솔직한 고백?에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또 어떤 얘기를 풀어 주실지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괜히 친한 것 같은 몬스님.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합평]
쓴 시간은 배신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몬스님은 글 중간에 자신의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글은 무척 정돈되어 있었고 몬스님다운 표현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마도 써온 시간이 있기에 그 시간이 능동이었든, 수동이었든, 쓰는 기술과 자신의 문체를 체득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글은 구성도 메시지도 무척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글을 읽다 보니, 글쓴이는 자신만의 속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왔다갔다 움직이느라 바쁠 때, 이 사람은 가만히 한 곳에 앉아 천천히 타인의 행동 패턴이나 원인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 보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과 영혼이 일치하지 않아도 일단 움직인다면, 글쓴이는 둘이 일치해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그 일치 방법으로 우연히 그토록 기피해왔던 ‘글’을 만난 느낌이에요.
몬스님이 자신만을 위한 소설을 쓰신 건 정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소설이라는 우회적인 형식으로는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신 것 같아요. 그런데 써본 사람은 알지만, 결국 그 안에는 내가 들어가 있고 가장 아픈 구석이 담기게 되거든요. 그러니 쓰고 나면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렇게 배설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상처는 아물고,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저도 처음 제 아픔을 소설로 쓰고는 몇 달을 앓고 다시는 소설 같은 건 안 쓰겠다고 발뺌을 했어요. 근데 이제는 또 쓰고 싶어요. 치유도 되고 글로 승화도 된 느낌이거든요.
다른 분들과 다르게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글쓴이에 대한 느낌을 설명한 건, 글쓴이의 솔직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글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자신을 타인 앞에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어딘가 억눌려 있는 사람이거나, 아직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글쓴이가 가진 심성의 곧음이 느껴져요. 그 매력에 독자들이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몬스님이 생각하는 ‘어른스러움’의 정의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
소통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모습이 묘하게 화가와 과학자를 합쳐 놓은 일 같아 보여, 두 개의 꿈을 모두 이루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 담백한 글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빅맥쎄트님, 감정이 과잉되서 쓰고 나면 글을 다시 지우곤 합니다.. 좋게 봐주신 그 담백함은 쑥스러움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ㅎㅎ 합평도 재미있게 써봐요!
@미드솜마르님, 미드솜마르님 글을 읽으면서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가 같은 기차 출신이라서..?!
"나는 이미 만들어진 궤도 위에서 곧장 달리는 역할에는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궤도를 벗어나면 어쩔 줄 몰랐다"라는 말이 참 공감이 가네요. 저도 아직 그런 편이라.. ^^;;;
책을 읽지않는 글 기피자이면서 노래 가사를 듣지 못한다고 하셨지만, 글을 읽으며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음을 느낍니다.
글을 쓰는 것에도 체계와 논리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몬스님이 과학과 친하다 보니 탄탄하면서도 담백함이 묻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합평 글을 따로 쓸 생각에 머리가 지끈하네요.. :
[합평]
항상 논리적이고 수치와 그래프를 동반한 글을 써 주셔서 찬란히 빛나지만 닿을 순 없는 북극성 같은 몬스님과 이렇게 리뷰를 주고 받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적어 주신 리뷰 정말 감사헸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다 너무 소중헤서 앞으로 글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어릴 땐 글 쓰는 걸 싫어 하셨다는 말. 믿어도 됩니까? 그런 분이 소설을 쓰시고 얼룩소에 글 올리시고 이제 에세이까지... 이런 걸 잠재력이라고 해야하나요? 그저 놀랍습니다
몬스님의 전혀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고 솔직한 고백?에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또 어떤 얘기를 풀어 주실지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괜히 친한 것 같은 몬스님.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합평]
쓴 시간은 배신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몬스님은 글 중간에 자신의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글은 무척 정돈되어 있었고 몬스님다운 표현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마도 써온 시간이 있기에 그 시간이 능동이었든, 수동이었든, 쓰는 기술과 자신의 문체를 체득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글은 구성도 메시지도 무척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글을 읽다 보니, 글쓴이는 자신만의 속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왔다갔다 움직이느라 바쁠 때, 이 사람은 가만히 한 곳에 앉아 천천히 타인의 행동 패턴이나 원인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 보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과 영혼이 일치하지 않아도 일단 움직인다면, 글쓴이는 둘이 일치해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그 일치 방법으로 우연히 그토록 기피해왔던 ‘글’을 만난 느낌이에요.
몬스님이 자신만을 위한 소설을 쓰신 건 정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소설이라는 우회적인 형식으로는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신 것 같아요. 그런데 써본 사람은 알지만, 결국 그 안에는 내가 들어가 있고 가장 아픈 구석이 담기게 되거든요. 그러니 쓰고 나면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렇게 배설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상처는 아물고,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저도 처음 제 아픔을 소설로 쓰고는 몇 달을 앓고 다시는 소설 같은 건 안 쓰겠다고 발뺌을 했어요. 근데 이제는 또 쓰고 싶어요. 치유도 되고 글로 승화도 된 느낌이거든요.
다른 분들과 다르게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글쓴이에 대한 느낌을 설명한 건, 글쓴이의 솔직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글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자신을 타인 앞에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어딘가 억눌려 있는 사람이거나, 아직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글쓴이가 가진 심성의 곧음이 느껴져요. 그 매력에 독자들이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몬스님이 생각하는 ‘어른스러움’의 정의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
소통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모습이 묘하게 화가와 과학자를 합쳐 놓은 일 같아 보여, 두 개의 꿈을 모두 이루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 담백한 글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동보라미님, 감사합니다. 어떤 글, 어떤 소설이 나왔는지는 공개하기 힘들 정도의 퀄리티라는 정도만 말씀드립니다..ㅎㅎ 국민학교는 다니는 도중에 초등학교로 변했어요. 제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청자몽님, 잘써주셨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번 주 부터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하다가 겨우경우 써냈어요. 확실히 그동안 써왔던 글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읽고 반응해 주셔서 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납니다. 정말 감사해요.
프라모델, 십자수... 손재주가 좋으신가봐요! (손재주 좋은 사람은 작은 히어로 즈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노래 가사를 잘 몰라서 가사를 지어내면서 따라부릅니다. 가사를 조금 더 의식해서 들어보면 청자몽님처럼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으려나요!
저번 주 부터 썼는데, 오늘에서야 글이 됐네요..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자 이제 형편없는 글을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머리글말고 가슴글! 응원합니다…
@몬스
[합평]
제목에서 문득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고, 한참을 읽어내려가면서 글에 대한 인상이 저와 비슷한 시절을 보내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글 기피자의 삶을 살아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어요.
몬스 님에게 글이란 [반응]이라는 말도 무척 공감이 갑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뭔가 다양한 소재들이 머릿속에서 다라락 연결될 때 비로소 반응할 맛이 나서 글을 쓰게 되는 건데, 주제를 정해서 쓰거나 작정하고 나면 뭔가 잘 안 써지는 느낌이 든달까요.
어른스러워지고 싶은 마음에, 능동적인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얼에모를 신청하시게 되었다는 소중한 고백, 너무 좋았습니다. 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656쪽 두께의 책에 대한 글을 쓰시게 된 것처럼, 소설을 잘 읽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소설을 쓰시게 된 것처럼. 왠지 이번에 에세이를 쓰시게 되는 과정을 통해 한계를 깨뜨리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보다도 [글]이 아니라, [사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합평이 처음이라, 잘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번 합평은 더 나아지리라 믿어봅니다. 다음 글도 잘 부탁드립니다.
@빅맥쎄트님, 감정이 과잉되서 쓰고 나면 글을 다시 지우곤 합니다.. 좋게 봐주신 그 담백함은 쑥스러움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ㅎㅎ 합평도 재미있게 써봐요!
@미드솜마르님, 미드솜마르님 글을 읽으면서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가 같은 기차 출신이라서..?!
"나는 이미 만들어진 궤도 위에서 곧장 달리는 역할에는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궤도를 벗어나면 어쩔 줄 몰랐다"라는 말이 참 공감이 가네요. 저도 아직 그런 편이라.. ^^;;;
[합평]
꾸역 꾸역 글을 넣으셨던 때처럼,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어 보게 되는 글인것 같습니다.
“글을 넣기 시작하니 글이 나왔다.” 라는 간단한 문장이, 어린시절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싫어했던 몬스님의 추억을 읽고 나서 만나니, 꼭꼭 씹어 읽고, 꾹꾹 한자씩 써내려가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실제로는 이 정도로 느린 속도감이 아니고,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속도감으로 656쪽을 읽고, 소설을 쓰는 몬스님을 상상해보게 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554개나 되는 글을 쓰게 하셨고, 심지어 소설까지! 쓰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 SNS나 블로그의 라이트한 글 외의 글을 이제 막 써보기 시작한 저에게는 상상만 해보는 영역입니다. 어른스러워지고 싶은 몬스님이지만, 제 글을 읽고, 읽으니 저보다 한참은 더 어른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합평이라는 단어 조차 처음 만난 초짜지만, 한 발을 내딛는 연습을 같이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합평]
<글 기피자>라는 제목에서부터 첫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글을 기피하지만 기피하는 그 마음 깊은 곳에는 기꺼이 글로 풀어내는 글쓰기가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화가, 그리고 과학자이셨군요. 그리고 지금은 과학관련 일을 하고 있으니 꿈을 이루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그림은 또 제 개인으로는 특별한 거여서 몬스님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셨을까 궁금해지네요.
‘만들어진 궤도 위’를 곧장 달리는 일을 잘 하신다니 그것 또한 저와 다른 성향으로 보이는 부분이어서 글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궤도 위에서 딴 짓 하다가 이탈하여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온 것만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 안도감에 이제 정신차리자 하다가 다시 그 정신을 잊고 자꾸 딴 짓에 갈증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건 운명처럼 저는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습니다. 그 딴 짓이 어쩌면 글쓰기이면 더할나위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공부하고, 계산하고, 분석하는’ 몬스님이 글을 기피한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소설은 쓴다는 건 무척이나 ‘어른스럽고’ 매력 있어 보입니다. 계속 글을 쓰시다보면 이미 어른이 되 있을 거란 믿음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