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글 기피자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1/27
아주 어렸을 때 꿈은 화가, 그다음 가져본 꿈은 과학자였다. 화가에서 과학자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전개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의 시선에 이는 철저히 논리적인 전개였다. 이 두 직업은 '글'을 읽고 쓰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만큼 나는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국민학교 1학년 때 글씨를 잘 쓴다고 칭찬을 받았던 이후로 글과 관련해서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글씨로 칭찬받은 이유도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그렸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며 글을 글로써 써야 할 때가 되니, 이미 내 글씨는 본인도 알아보기 힘든 악필로 변해있었다.

국어시험은 문제를 끝까지 다 못 읽어서 못 푸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도 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커녕 수학 과학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학창 시절을 버텼다. 무엇이 이렇게까지 글을 기피하게 만들었을까. 딱히 그럴만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할 일이다.

글을 가까이하지 않는 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예로, 노래를 들으면 가사를 안 듣는다. 사실 못 듣는다에 가깝다. 그렇게 글을 기피했으니 글을 읽고 듣는 머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좋아하는 노래도 내용도 모른 채 소리만 듣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노래만 겨우겨우 가사를 찾아보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 수준이 형편없다. 겨우 '했다', '한다', '생각한다', '해야 한다' 정도의 생각을 나열하여 논리를 만드는 정도로 글을 이용한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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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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