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하는 일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11/25
캐나다에 머물 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나의 일과는 주로 산책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학교를 파한 아이가 영어 공부를 하러 학원에 가면 나는 다시 그 앞의 어딘가를 걷거나 차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밴쿠버의 여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가끔 아이를 학교에 넣어 놓고 잉글리쉬 베이를 찾아가 고향 바다가 맞닿은 해변가를 거닐었다. 내가 걷는 그 어느 곳에도 의자가 있었다. 아무 말없이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의자에 앉아 나는 조금 고독하고 조금 서러웠고 많이 그리웠다. 모든 것이. 
   
의자가 하는 일
/최성규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의자가 되겠다
의자처럼 의연하고 의젓하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대의
수많은 날들을 위해
내 마음 비워두는 자세로 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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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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