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의 다이어리를 시작합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2/10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집안 곳곳엔 늘 장난감과 책이 어지럽게 널려 있지만, 언젠가는 아주 간소한 것들만 들인 채 살고 싶다. 언제든 떠나는 삶을 살고 싶은 나는 짐이 짐이 되어 떠나지 못하는 미래를 만들고 싶지 않다. 꼭 필요한 것들로만 공간을 채우며 살아가고 싶다. 보여주기 위한 살림살이나 내 과욕에 의한 소품은 들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담백한 삶과 공간을 원한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물욕이 없었다. 사고 싶은 게, 굳이 사서 집안에 두고 싶은 물건이 거의 없었다.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다이어리를 샀다. 물욕이 거의 없는 나도 가끔 물욕에 시달릴 때가 있는데, 연말연초 다이어리를 볼 때가 그렇다. 초반에 좀 쓰다가 멈추게 될까봐, 결국 집안에 쌓여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될까봐, 다이어리에 혹하면서도 실제 구매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다이어리를 샀다. 이 다이어리를 선택한 건 딱 하나, 기간 때문이었다. 내가 산 다이어리는 십 년짜리다. 2022년에 시작해 2031년에 끝나는, 십 년의 기록을 할 수 있는 5cm 두께의 일기장이다.

십 년의 기록을 한 권에 할 수 있다면, 난 앞으로 몇 권의 다이어리를 더 쓰게 될까. 앞으로 주어진 수명을 다 산다면 아마 서너 권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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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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