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몸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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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몸이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몸 만들기

정희원
정희원 인증된 계정 · 의사, 노인의학 연구자
2023/02/16

근감소증 연구를 위해 한국인의 근육량 자료를 분석하던 나는 당혹스러운 결과를 마주했다. 근육량은 나이가 많을수록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 여성은 40~50대에 이르러 근육량이 약간씩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10년 전 구할 수 있는 자료는 특정 시점에서의 연령별 근육량 분포뿐이었기에, 이것만으로 한국 여성은 다른 나라 사람과 달리 성인기 동안 근육량이 늘어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기이한 수치가 나온 이유를 1960~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노년 세대와 달리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마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보았다.

그때의 심증을 지지하는 사회적 현상은 여전히 도처에 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뼈 빼고 다 빼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본 일이 있다. 퍼스널 트레이닝업체의 광고였다. 이런 괴기스럽고 말도 안 되는 목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문구로 쓰인다. 더 아연실색할 일은,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 중 종아리 근육을 위축시키는 종아리 퇴축술 같은 시술을 받는 사람이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보행에 필요한 종아리 근육은 매끈한 ‘일자 다리’가 중요한 여성에게 부기를 가라앉히고 없애야 할 ‘종아리 알’로 인식된다. 이는 외모에 대한 그릇된 신념 체계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자기만족을 향후 50년 이상 지속될 근골격계의 불균형과 교환하는 극도로 비대칭적인 거래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이상 현상을 발견하다
노년내과에서 하는 중요한 진료 중 하나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근육의 상태를 살피는 데 있다. 인간은 노화하면서 근력과 근육량이 줄며 여러 질병을 겪게 된다. 노년기의 근육 상태는 이후의 기대 수명뿐 아니라 혼자서 먹고, 씻고, 배설하는 능력을 좌우한다. 심각한 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약해진 근육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 살게 된다. 근감소증으로 뼈가 부러지거나 미끄러져 넘어지면 가뜩이나 약한 몸을 재활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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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공부하며 근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내과 실습에서 노인의학에 매료되었고,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갈증이 생겨 이학박사를 했다. 늘 세상에는 한두 가지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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