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얼룩소 하세요!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1/28

 서로 맞지 않아 의견 충돌이 잦은 A와 B가 며칠 전 한바탕 제대로 부딪히고 난 뒤 사무실에는 냉기가 감돈다. 안 그래도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팀 분위기마저 냉랭하니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듯 추웠다. 한편으로는 시기와 질투로 감정싸움을 하는 나이 꽤나 잡수신 이들이 마치 여중생 같아 귀엽기까지 했다. 

 적막함을 깨는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친친 두른 풍채가 좋은 어르신이다. 당장이라도 시베리아 벌판을 벗어나고 싶은 맘에 입구 쪽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내가 먼저 튀어 나갔다. 여든둘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배어나는 생기에 그 나이만큼 보이지 않는 박정순(가명) 할머니였다.

 상담실에는 대상자와 나 두 사람 뿐이라 차라리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지 선별검사는 나이와 학력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 전 최종학력을 기록해야 한다. 이유를 설명하고 ‘어르신 혹시 학교 어디까지 다니셨어요?’ 물어도 언짢아하는 분이 계실 수 밖에 없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가끔 화를 내거나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의 선진국 대한민국 이전에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 있었다. 6.25를 겪은 세대인 7~80대 어르신들 중에 문맹인 분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맹이라 치매가 빨리 찾아온다거나 돈이 많고 고학력자라고 해서 치매를 피해 가는 것도 아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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