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을 입으면 짝퉁인생일까
그 시절 이태원 뒷골목과 건물 지하 상가에는 짝퉁이 정말 많았다. 진퉁은 십만 원이 넘어가는데 짝퉁은 몇 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짝퉁에도 급이 있어 A급의 경우 금액이 더 비쌌다. 어떻게든 좋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싶었던 나는 그런 짝퉁들을 사다 입었다. 그 시절 나는 그런 옷을 입어야 내 자신이 명품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 옷들이 나를 빛내줄 거라 굳게 믿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가 입은 이 옷이 짝퉁이라는 걸 가장 잘 아는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이었다. 진퉁과 정말 똑같은 옷인데도 입고 나가면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당당해지려고 사 입은 옷이 당당하지 않았던 것. 한번은 별로 친하지 않은 한 친구가 내게로 다가와 뚫어져라 옷에 박힌 로고를 쳐다본 일이 있었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오 설마 진퉁? 그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내가 입은 옷이 진퉁이라 주장할 수도 없었고, 짝퉁이라 고백할 수도 없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가고 시간이 흘러 집안 사정이 좀 나아지면서 내게도 진퉁이 늘어갔다. 더이상 나는 이태원에 가지 않았다. 진퉁이 많아질수록 내 삶도 진짜가 되어간다고 믿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친구들 때문에 학창시절에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변해 있었다. 타인의 차림새를 뜯어보며 진퉁인지 짝퉁인지를 가늠하려 한 것. 진퉁이면 속으로 인정을 하고 짝퉁이면 뒤에서 비웃는 그렇고 그런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겉은 진퉁을 걸쳤지만 속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