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른
2023/01/26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연휴 기간 동안 글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워. 다양한 돌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글로 향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밖에 없거든. 무엇을 위해서 글을 줄이냐고? 뻔한 걸 왜 물어. 살기 위해 줄이는 거지. 즐겁게 일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해서 힘들지 않다는 말은 아니잖아? 복잡한 뉴스를 볼 마음도 안 생기고 머리도 많이 쓰고 싶지 않아. 정신과 신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완벽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명절이야. 신체가 나를 압도하면 정신의 영역은 쪼그라들게 되어있어. 이건 신의 설계라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지. 네 말대로 삶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사람들도 있긴 해. 폴 오스터는 '빵굽는 타자기'를 썼고,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 오에 겐자부로는 '읽는 인간'을 썼지만 우리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고. 세 사람이 명절에 가족을 위해 전을 부치고 생선을 구워가며 기름 묻은 손으로 타자기를 두들겼을 것 같진 않아. 육체노동이 정신노동을 좀먹었다는 핑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젊은 시절의 글'을 쓴 알베르 까뮈를 말하지 그랬어. 아프고 가난한 건 조롱과 멸시의 꼬리표를 단 면죄부 정도...
[합평]
글을 3번 정도 읽으면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느낌이 살짝 와야하는데, 평소에도 그렇지만 제가 홈은님의 뇌용량을 못따라가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합평의 기본은 글을 쓴 사람이 되는 거라고 들어서, 홈은님 빙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결론은 실패..!
실패했지만 나름의 느낌들을 간략히 남겨봅니다. 돌봄의 최선선에 있어 글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 시각인(시각장애인으로 이해했습니다) 의 경우 책을 대여하고 읽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이상 2가지를 믹스해보면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 책을 찾아서 대여하고
그것을 읽는 일들 - 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엄청난 에너지를 요한다 정도로 읽었습니다.
저는 글에 대한 장점으로 '접근성' 을 1번으로 적었는데, 서로 상반되는 내용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시간만 있으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읽고 쓰는 것일텐데, 누군가에게는 그조차도 쉽지 않다는 그런 식으로 제 맘대로(?) 정리를 해봅니다.
전체 글 중에 제목이 단연 가장 눈에 띄었고, 한가지 제안(사실 부탁) 드리면 쬐끔만 더 쉽게 써주시면 읽는 즐거움을 더 쉽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느리다보니 2천자를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홈은님 특유의 색채와 느낌이 잘 드러나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합평]
홈은 님 안녕하세요^^
‘른’이라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고 신선했습니다. 역시 틀에 박히지 않고 창의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홈은 님의 모든 글들을 읽지는 못했지만(제게는 어려울 때가 많아요ㅜ)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들을 알고, 알지 못하는 영역이 없는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육아와 명절의 노동의 현장에서도 폴 오스터와 조지 오웰, 오에 겐자부로까지 나왔으니까요. ^^
[키보드를 두드려 만든 글, 혓바닥이 입천장을 지그시 누르는 동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글, 양각으로 드러나는 촉각글에서 우리 만나. 글의 매질이 종이라는 틀을 깨고 함께 공명하자. ]
마지막 문장을 여러 번 읽고 감탄했습니다. 저는 절대 흉내 낼 수 없을듯한 감촉의 홈은 님만의 다음 에세이를 기다리겠습니다.
@홈은
[합평]
제목에서 10초 정도 멈춰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른이 무슨 뜻일까? 어른에서 른을 따오신 걸까? 잠시 후, 깨닫게 되네요. [글]을 뒤집어 쓰신 거였음을. 역시 발상이 남다른 분! ^^
책을 빌리는 권 숫자가 소수(prime)였다는 점에서도 남다름이 느껴집니다. 의식적으로 소수 숫자에 맞춰서 빌리시는 것 같은데, 왠지 소수 숫자에 맞춰서 책을 빌리게 된 계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문득 1999년 7월 21일 우연찮게 소수 권수로 책을 빌렸는데, 그 때 엄청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던지 하는. 뭔가 이런 종류의 얘기가 나오나 싶어서 쭉 기다렸는데, 이번 글에서는 아쉽게도 소개되지 않았네요. 혹시 소수 권수로 빌리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언젠가 한번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홈은 님 글에서는 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해요. 이번 글에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지요. 홈은 님의 글을 보면서 홈은 님 만큼 사회적 약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네요. 한편, 글을 쓸 때 억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메시지를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쓰시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이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저런 글을 쓰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쭤보면서도 드는 제 예상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데, 제 생각이 맞았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글에는 다양한 소재가 쏟아져 나와서 한상 잘 차려진 한정식을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2회차로 쪼개서 쓸 수 있을 이야기를 이번 회차에 한번에 몰아넣은 것 같은 꽉 찬 느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소수] 권수로 빌리게 된 계기 같은 얘기가 저는 이번 글에서 좀 더 궁금하긴 했거든요.
합평이 처음이라, 적절한 합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차차 나아지리라 믿으며, 이만 줄입니다. 이번 글에서도 톡톡 튀는 홈은 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합평]
얼룩소에 안방마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도 있더라구.
나는 얼룩소에서 홈은이 젤 무서운 것 같아. 시어머니 홈은...
이 봐봐. 도서관을 9개나 찾아다니고 책을 11권이나 소수로 빌린다고? 흐미...
간단해 빠진 스파게티도 홈은이 알려주면 세상 무서운 음식이 돼. 5천자는 족히 되는 설명이라니...
그래도 글마다 틀린 말이 없으니 두 손 가지런히 모아쥐고 조용히 들어야 해.
안 그러면 혼 나.
앞으로도 계속 잘 듣겠노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
[합평]
우선 목표하신 2000자에 근접한 글을 쓰신 것 축하드립니다!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걸 한 번에 해내셨군요. 짧은 글이지만 글쓴이의 취향과 삶이 응축되어 있는 글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문체도 기존의 에세이에서 잘 보지 못한 어투라 흥미로웠어요. 알 수 없는 제목 ‘른’처럼 글 자체도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제목과 글이 일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의문점 또한 많은 글이었어요. 독자가 누구인지, 글 속에 나오는 ‘너’는 또 누구인지, 왜 이런 말투와 형식을 선택했는지 궁금한데 명확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첫 문단에서는 왜 글을 향한 입장이 다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지도 궁금했어요. 분노가 담긴 글이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맥락에서 분노가 생성됐는지 보이지 않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 맥락이 보인다면, 글쓴이의 지적이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습니다. 선택하신 단어나 문체도 더 힘을 받을 것 같아요.
실험적인 글이어서 너무나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리뷰]
홈은님의 평소 글도 그러하지만, 이 번 에세이 또한 굉장히 경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풍경들이 우다닥 하고 지나가다가 중간중간 정신을 차리는 지점에서 묵직한, 그래서 잠시 글을 멈춰서 읽게 되는 지점들이 나타나요. 잘 설계된 어트랙션 같기도 하고, 쏟아지는 잽 사이에 훅, 스트레이트가 한 두 방씩 꽂히는 느낌입니다. 글을 읽고 나면 눈이 빙글빙글 돌면서 이런 저런 개념들이 해체된 느낌을 받아요. 말랑말랑해진다고나 할까. 글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네요.
홈은님의 글은 홈은님이 사용하는 글의 재료들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글 같아요. 예를 들면 인용하신 많은 소재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깊은 깊이 까지 가볼 수 있는 글이 될 것 같아요.
한편, 이 신나고 매력적인 글에서 비평의 지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글에서 느껴지는 체력소모도 상당하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속도감이 상당하여 아직 생각이 따라오지 못한 지점에서 다른 생각의 소재들을 제공받는다는 느낌이라던지, 마지막의 른이라는 결론이 가르키는 방향을 설명하기에 앞의 두 문단의 내용이 조금 동떨어져 있는 반면 강렬한 인상이라 조금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점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ㅎ 제가 생각이 느린 독자라는 특수성도 있구요. 그런데, 예전 '스웨덴 릴레이' 글에서 홈은님의 글이 주는 속도감과 다양함이 잘 짜여진 구조와 만나 제대로 쾌감을 느낀 적이 있었어요. 어쩌면 홈은님 스타일의 글이 조금 더 짜릿해질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정말 굳이' 비평을 남겨봅니다.
*주의: 글알못이 남긴 비평이라 유해할 수 있습니다.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명하길 바라는 푸른은하수 님의 소망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ㅜ ㅜ
최대한 많은 언어를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영어를 깔짝거리다가 그 다음으로 배웠던 언어가 한국수어였습니다. 제 나이 지천명이 되기 전에 점자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홈은님의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그 결심을 되새겨봅니다.
글은, 그리고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명했으면 좋겠습니다.
홈은님, [얼에모] 첫 번째 글 잘 읽었습니다. ^^
여윽시 멋진 홈은님답게 제목부터 남다르시네요. ^^b
처음에 제목을 보고 ‘른’이 뭐지? 궁금했습니다. 글을 거꾸로 하니 ‘른’이 되네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모두 중요하고, 활자화된 글뿐만 아니라 자연글과 사람글도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
사서 언니야들도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책 찾아달라고 하셔야죠. 아무도 안 물어보믄 앉아서 폰만 볼지도 모르는데.
얼마전에 번호표 뽑고 책을 뒤지다가 '분명히 여기가 맞는데!' 하면서 몇 번을 확인해도 책이 없어서 끙끙대다가 결국 사서 언니야에게 헬프를 요청했슴다.
그 때 '신간도서' 라는 공간을 처음 별견했다는...
[합평]
얼룩소에 안방마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도 있더라구.
나는 얼룩소에서 홈은이 젤 무서운 것 같아. 시어머니 홈은...
이 봐봐. 도서관을 9개나 찾아다니고 책을 11권이나 소수로 빌린다고? 흐미...
간단해 빠진 스파게티도 홈은이 알려주면 세상 무서운 음식이 돼. 5천자는 족히 되는 설명이라니...
그래도 글마다 틀린 말이 없으니 두 손 가지런히 모아쥐고 조용히 들어야 해.
안 그러면 혼 나.
앞으로도 계속 잘 듣겠노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
[합평]
글을 3번 정도 읽으면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느낌이 살짝 와야하는데, 평소에도 그렇지만 제가 홈은님의 뇌용량을 못따라가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합평의 기본은 글을 쓴 사람이 되는 거라고 들어서, 홈은님 빙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결론은 실패..!
실패했지만 나름의 느낌들을 간략히 남겨봅니다. 돌봄의 최선선에 있어 글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 시각인(시각장애인으로 이해했습니다) 의 경우 책을 대여하고 읽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이상 2가지를 믹스해보면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 책을 찾아서 대여하고
그것을 읽는 일들 - 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엄청난 에너지를 요한다 정도로 읽었습니다.
저는 글에 대한 장점으로 '접근성' 을 1번으로 적었는데, 서로 상반되는 내용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시간만 있으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읽고 쓰는 것일텐데, 누군가에게는 그조차도 쉽지 않다는 그런 식으로 제 맘대로(?) 정리를 해봅니다.
전체 글 중에 제목이 단연 가장 눈에 띄었고, 한가지 제안(사실 부탁) 드리면 쬐끔만 더 쉽게 써주시면 읽는 즐거움을 더 쉽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느리다보니 2천자를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홈은님 특유의 색채와 느낌이 잘 드러나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합평]
홈은 님 안녕하세요^^
‘른’이라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고 신선했습니다. 역시 틀에 박히지 않고 창의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홈은 님의 모든 글들을 읽지는 못했지만(제게는 어려울 때가 많아요ㅜ)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들을 알고, 알지 못하는 영역이 없는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육아와 명절의 노동의 현장에서도 폴 오스터와 조지 오웰, 오에 겐자부로까지 나왔으니까요. ^^
[키보드를 두드려 만든 글, 혓바닥이 입천장을 지그시 누르는 동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글, 양각으로 드러나는 촉각글에서 우리 만나. 글의 매질이 종이라는 틀을 깨고 함께 공명하자. ]
마지막 문장을 여러 번 읽고 감탄했습니다. 저는 절대 흉내 낼 수 없을듯한 감촉의 홈은 님만의 다음 에세이를 기다리겠습니다.
@홈은
[합평]
제목에서 10초 정도 멈춰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른이 무슨 뜻일까? 어른에서 른을 따오신 걸까? 잠시 후, 깨닫게 되네요. [글]을 뒤집어 쓰신 거였음을. 역시 발상이 남다른 분! ^^
책을 빌리는 권 숫자가 소수(prime)였다는 점에서도 남다름이 느껴집니다. 의식적으로 소수 숫자에 맞춰서 빌리시는 것 같은데, 왠지 소수 숫자에 맞춰서 책을 빌리게 된 계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문득 1999년 7월 21일 우연찮게 소수 권수로 책을 빌렸는데, 그 때 엄청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던지 하는. 뭔가 이런 종류의 얘기가 나오나 싶어서 쭉 기다렸는데, 이번 글에서는 아쉽게도 소개되지 않았네요. 혹시 소수 권수로 빌리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언젠가 한번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홈은 님 글에서는 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해요. 이번 글에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지요. 홈은 님의 글을 보면서 홈은 님 만큼 사회적 약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네요. 한편, 글을 쓸 때 억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메시지를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쓰시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이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저런 글을 쓰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쭤보면서도 드는 제 예상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데, 제 생각이 맞았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글에는 다양한 소재가 쏟아져 나와서 한상 잘 차려진 한정식을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2회차로 쪼개서 쓸 수 있을 이야기를 이번 회차에 한번에 몰아넣은 것 같은 꽉 찬 느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소수] 권수로 빌리게 된 계기 같은 얘기가 저는 이번 글에서 좀 더 궁금하긴 했거든요.
합평이 처음이라, 적절한 합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차차 나아지리라 믿으며, 이만 줄입니다. 이번 글에서도 톡톡 튀는 홈은 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합평]
우선 목표하신 2000자에 근접한 글을 쓰신 것 축하드립니다!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걸 한 번에 해내셨군요. 짧은 글이지만 글쓴이의 취향과 삶이 응축되어 있는 글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문체도 기존의 에세이에서 잘 보지 못한 어투라 흥미로웠어요. 알 수 없는 제목 ‘른’처럼 글 자체도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제목과 글이 일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의문점 또한 많은 글이었어요. 독자가 누구인지, 글 속에 나오는 ‘너’는 또 누구인지, 왜 이런 말투와 형식을 선택했는지 궁금한데 명확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첫 문단에서는 왜 글을 향한 입장이 다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지도 궁금했어요. 분노가 담긴 글이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맥락에서 분노가 생성됐는지 보이지 않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 맥락이 보인다면, 글쓴이의 지적이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습니다. 선택하신 단어나 문체도 더 힘을 받을 것 같아요.
실험적인 글이어서 너무나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리뷰]
홈은님의 평소 글도 그러하지만, 이 번 에세이 또한 굉장히 경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풍경들이 우다닥 하고 지나가다가 중간중간 정신을 차리는 지점에서 묵직한, 그래서 잠시 글을 멈춰서 읽게 되는 지점들이 나타나요. 잘 설계된 어트랙션 같기도 하고, 쏟아지는 잽 사이에 훅, 스트레이트가 한 두 방씩 꽂히는 느낌입니다. 글을 읽고 나면 눈이 빙글빙글 돌면서 이런 저런 개념들이 해체된 느낌을 받아요. 말랑말랑해진다고나 할까. 글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네요.
홈은님의 글은 홈은님이 사용하는 글의 재료들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글 같아요. 예를 들면 인용하신 많은 소재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깊은 깊이 까지 가볼 수 있는 글이 될 것 같아요.
한편, 이 신나고 매력적인 글에서 비평의 지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글에서 느껴지는 체력소모도 상당하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속도감이 상당하여 아직 생각이 따라오지 못한 지점에서 다른 생각의 소재들을 제공받는다는 느낌이라던지, 마지막의 른이라는 결론이 가르키는 방향을 설명하기에 앞의 두 문단의 내용이 조금 동떨어져 있는 반면 강렬한 인상이라 조금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점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ㅎ 제가 생각이 느린 독자라는 특수성도 있구요. 그런데, 예전 '스웨덴 릴레이' 글에서 홈은님의 글이 주는 속도감과 다양함이 잘 짜여진 구조와 만나 제대로 쾌감을 느낀 적이 있었어요. 어쩌면 홈은님 스타일의 글이 조금 더 짜릿해질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정말 굳이' 비평을 남겨봅니다.
*주의: 글알못이 남긴 비평이라 유해할 수 있습니다.
사서 언니야들도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책 찾아달라고 하셔야죠. 아무도 안 물어보믄 앉아서 폰만 볼지도 모르는데.
얼마전에 번호표 뽑고 책을 뒤지다가 '분명히 여기가 맞는데!' 하면서 몇 번을 확인해도 책이 없어서 끙끙대다가 결국 사서 언니야에게 헬프를 요청했슴다.
그 때 '신간도서' 라는 공간을 처음 별견했다는...
'글'을 위 아래로 바꾸면 '른'이 되는군요.
두 번 읽었는데 조지오웰부터 은희경까지 나오고 살짝 모모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홈은 님의 상상력이 바람타며
내리는 창밖의 눈발처럼 경쾌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명하길 바라는 푸른은하수 님의 소망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ㅜ ㅜ
최대한 많은 언어를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영어를 깔짝거리다가 그 다음으로 배웠던 언어가 한국수어였습니다. 제 나이 지천명이 되기 전에 점자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홈은님의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그 결심을 되새겨봅니다.
글은, 그리고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명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