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머그잔이 깨진 것 만으로도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6/06
 
휴일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야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새벽 5시 경 이미 포기와 절망 그리고 현광색 나일론 실처럼 가늘지만 끊기지 않는 희망으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청해보았건만. 잠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양이 모란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정확히 일 분에 한 번씩 창가와 저 사이를 오르내리며 눈을 떴는지 숨을 쉬는지 이제는 일어나 자신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지 손바닥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동태를 살핍니다. 
 
모란은 탁자 위에 올려둔 머그잔을 손으로 쓰윽 탁자 끝으로 밀어냅니다. 아마도 저는 소파에 흘러내릴 것 같은 기이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거나 음악을 다시 고를 때마다 모란을 바라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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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에게 고마운 점은 책을 읽을 땐 그나마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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