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쉼은 나를 찾는 일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3/17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연구실 세미나에서 뇌 속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뇌가 휴식 상태일 때 활발해지는 영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과학 계열의 연구실이지만 사람과 관련된 연구 분야인 관계로, 연구목적에 따라 뇌까지 접근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간간이 생소한 뇌 이야기를 접하곤 했는데, 휴식 때 더 활발해진다는 아이러니함 때문인지 유독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

쉰다는 것의 정의를 활동과 비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구분하려고 시도한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모순에 빠진다. 쉬는 순간 활발해지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 좀 쉰다고 하고 축구를 하러 나간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는 등, 어떤 때는 쉰다고 하고 하는 것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쉰다는 것의 정의를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구분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양이 아니면 뭐지. 방향인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누나는 긴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나갈 때 드디어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일을 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밉거나 그런 건 아닌데, 하루 종일 아이들과 뒹굴며 몸과 몸의 대화를 하다가 머리를 쓰는 일을 하게 되니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그래 이런 삶이 있었지'라는 감각이 쉼으로 다가온 것일까. 전 세계의 CEO들이 주목해야 할 발언이다. 육아는 일터를 쉼터로 뒤바꾼다.

나 스스로는 쉰다는 정의를 어떻게 내릴까. 그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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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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