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1/07
 
"아침 출근 전에 엄마한테 돈을 드리고 나와요. 천원짜리 100장, 5천 원·만 원 섞어서 스무 장씩. 거기에 500원, 100원, 10원짜리 동전을 섞어서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돈이 하나도 안 보여요. '엄마, 아침에 드리고 간 돈 다 셌어요?'라고 물어보면 '몰라!' 그래요. 장롱 문 열면 엄마 옷 여기저기에 돈이 들어 있어요. 조끼에도 있고, 바지 안 주머니에도 있고, 잠바 주머니에도 있고."
   
몸이 불편한 치매 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모셨던 자매가 있다. 교회에서 알게 된 그 자매는 오래 전, 내가 치매노모를 모실 거라고 하니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자매의 어머니는 돈에 대한 애착이 강하신 분이었다고 한다. 자매는 그런 어머니가 돈을 세면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나갈 때마다 지폐와 동전을 드렸다. 하지만 돈을 저축할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자매가 준 돈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 숨겨두셨는데, 치매로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했다.
   
   
자매의 어머니는 평생 시골에서 깻잎 농사를 지었다. 자매에게는 오빠가 한 명 있었다. 맏이이자 유일한 아들인 오빠는 오십이 넘었고, 어머니와 둘이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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